[단독]개딸들, 민주당 의원실 직접 돌며 ‘대의원제 폐지’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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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제 폐지 논란 속 강성 친명 직접 의원실 등판
당 내 “과거 의원들 쥐락펴락하던 극성 친문 단체 연상”


“당원도 한 표, 대의원도 한 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을 찾아 모든 민주당 의원실을 돌며 이 같은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했다.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 전국 대의원들(민대련)’이란 이름으로 나타난 이들은 2인 1조로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개혁열차 모바일 탑승권’을 전달하고 인증샷을 촬영했다.

이들이 제시한 탑승권 속 QR코드에는 최근 당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의원제 개정 및 전당원 투표 등의 요구 사항이 들어있다. 당내 선거에서 당원과 대의원 모두에게 동일한 1인 1표를 제공해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전자 선출 시스템을 도입해 선출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라는 것. 전당원 투표 확대 및 중앙위원회 권한 축소도 요구했다. 이들은 “당의 큰 결정은 전 당원 투표로 정해야 한다”며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확정하더라도 당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국회의원과 당원 간 의견이 일치하는 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중앙위의 전당대회 컷오프 권한도 권리당원 투표로 넘겨야 한다는 등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라는 것. 이날 행사는 친명계인 강준현 의원 측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선 최근 이재명 대표를 주축으로 한 친명 지도부가 ‘대의원제 폐지 및 조정’ 방안에 힘을 실고 나선 가운데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지지층도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 동안 친명계 의원들이 줄곧 “당 내 선거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행사하는 표의 가치가 달라 당 내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며 대의원제 폐지 또는 축소를 요구해왔는데, 여기에 더해 강성 지지층들까지 등판해 직접 의원실을 압박하며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과거 강성 친문(친문재인) 단체들이 의원실을 직접 찾아다니며 검찰 수사권 조정 서약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1년 ‘파란장미시민행동’ 등 친문 성향 단체는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반드시 전면 실현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의원들에게 보내 서명을 요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극성 친문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이번엔 강성 친명 지지자들이 ‘이재명과 총선까지 함께 가라’며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의원제 폐지를 두고는 당 내부 이견이 적지 않아 내홍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도 강성 친명인 정청래 최고위원과 김용민 의원 등이 대의원제 폐지 및 조정을 요구했다가 비명계 의원들로부터 “전당대회도 아니고 총선을 앞두고 왜 갑자기 대의원제 폐지를 이야기하나”라는 반발을 샀다. 친명계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의총 다음날 당 지도부에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을 현재의 60대 1에서 20대 1로 낮추는 방안과 권리당원과 대의원을 각각 1인 1표제로 바꾸는 방안을 보고한 상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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