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혹, 코인 자금 출처 및 대가성 여부 규명이 검찰 수사 핵심”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5월 20일 1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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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수사전담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 김 의원 ‘4대 의혹’ 집중 수사

무소속 김남국 의원. [뉴시스]
무소속 김남국 의원. [뉴시스]
“김남국 의원이 코인을 무슨 돈으로 샀는지, 무상 혹은 저가에 받았는지가 현 단계 검찰 수사의 핵심으로 보인다. 검찰이 코인거래소를 압수수색해 거래 내역을 살펴보고 있을 텐데, 이를 통해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혐의 입증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 재직 시절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A 변호사는 무소속 김남국 의원을 둘러싼 코인(가상자산) 거래 의혹의 주요 수사 포인트를 이같이 짚었다. A 변호사는 “최근 의혹이 불거진 입법 로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뇌물죄가 성립하는데, 불법 자금으로 인정되면 코인을 현금화하거나 여러 계좌로 분산 예치한 것도 범죄수익 은닉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거래소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코인 출처와 거래 규모, 입출금 내역이 파악되면서 혐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계획된 정치 탄압? 현실적으로 성립 어려운 얘기”
김 의원에 대한 코인 의혹 수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에는 크게 형사부 6곳, 금융조사부 2곳,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있다. 형사부는 주로 경찰 송치 사건을 처리하는데, 특별히 형사6부는 고위공직자 뇌물 사건과 대기업 오너 비리 등을 전담 수사하는 반부패수사부 역할을 맡고 있다. 반부패수사부라는 정식 이름을 걸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마약수사부를 합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지휘부가 김 의원의 코인 의혹 사건을 합수단이나 금융조사부가 아닌 형사6부에 맡겼다는 것은 이 사건의 파장이 간단치 않을 수 있음을 짐작게 한다. 형사6부는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비정상적 거래가 의심된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종배 서울시의회 의원이 김 의원을 정치자금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대검찰청에서 배당받았다. 형사6부는 5월 15~16일 빗썸, 업비트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범죄수익 은닉, 조세포탈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김 의원의 전자지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두 차례 기각된 후 반년 만에 수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코인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이 공개된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김 의원의 코인 투자 규모는 최대 1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이 가진 코인 지갑은 최소 4개, 거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인 종류는 총 41가지에 달하고, 이 중 15종은 게임사와 관련된 P2E(Play to Earn) 코인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김 의원에 대한 핵심 의혹은 크게 4갈래로 압축된다. △코인 투자금 출처는 어디인가(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자금 추적 및 과세를 피하려고 코인을 숨겼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조세포탈 의혹) △미공개 정보로 코인을 매매했나(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관련 업계로부터 입법 로비를 받았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및 뇌물죄 의혹) 등이다.

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추적이 어려워 수사 난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법규가 아직 미비해 코인을 매개로 한 각종 범죄를 처벌하는 것도 쉽지 않아 상당 부분 기존 조항을 의율(擬律)하는 실정이다. 김 의원의 코인 거래 및 수익 규모를 비롯해 김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체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에어드롭, 프라이빗 세일 통한 코인 유입 의심
1 “코인 투자금 출처는 어디인가”

현재 김 의원을 둘러싼 가장 핵심 의혹은 코인 매수 자금의 출처다. 당초 김 의원은 “주식 매도 대금 10억 원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밝혔으나, 재산 공개 내역상 예금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 확인되는 등 코인 매수 자금 출처를 명확히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현역 정치인인 김 의원이 타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코인을 무상 기부 받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자금은 “정치 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과 그자의 정치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뜻한다. 검찰은 코인이 ‘그 밖의 물건’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청사. [뉴스1]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청사. [뉴스1]
김 의원이 아무리 거액의 코인을 거래했거나 보유했다 해도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상 코인은 재산 공개 대상이 아니다. 국회사무처가 올해 국회의원 및 보좌진에게 “재산 공개 시 코인도 기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 의원이 본인 재산이 아닌 타인의 돈으로 코인에 투자했거나, 코인 자체를 제공받은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기부 및 후원을 통해 받은 정당한 정치자금이 아니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될 수 있다.

김 의원에게 코인이 흘러들어간 방법으로 ‘에어드롭’과 ‘프라이빗 세일’이 의심받고 있다. 에어드롭은 코인업체가 코인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일종의 증정 행위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의원이 일부 코인을 에어드롭 방식으로 취득하는 과정에서 위법성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에어드롭 논란을 두고 김 의원은 “가상화폐를 예치해 일종의 이자를 받은 것으로 누구나 이용하는 서비스”라고 반박한다. 코인 상장 전 ‘프라이빗 세일’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프라이빗 세일은 특정인을 지정해 코인을 파는 것으로, 판매가가 낮을 경우 상장 후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했어도 현행법상 처벌 어려워”
김 의원이 받은 코인에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뇌물죄 성립도 가능하다. 코인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뿐 아니라, 그 대가로 김 의원이 입법 활동 등을 통해 특정인에게 이익을 줬다면 코인은 뇌물이 되는 것이다.

2 “자금 추적 및 과세를 피하려고 코인을 숨겼나”

코인 및 코인 투자금 출처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범죄 사실이 확인된다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또 다른 혐의인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조세포탈 입증도 가능해진다.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코인을 지갑에 분산 예치해 의도적으로 감췄거나, 재산 형성 과정을 속이려는 행위와 연관될 수 있다. 부당하게 취득한 자금을 코인으로 바꾸거나, 그렇게 확보한 코인으로 얻은 수익을 다시 현금화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이 코인 거래 과정에서 범죄수익을 은닉해 당국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노골적으로 시도했다면 조세포탈 혐의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 및 금융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아직 국내에서는 코인 등 가산자산과 관련된 조세포탈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안다”면서도 “김 의원이 과세 추적을 피할 목적으로 코인 수익금을 분산 예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망행위를 한 것이 드러날 경우 조세포탈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3 “미공개 정보로 코인을 매매했나”

김 의원의 해명처럼 주식 매도 대금 10억 원이 코인 투자 종잣돈이라 해도 의문은 남는다. 현재까지 코인 전문가와 누리꾼들이 김 의원의 것으로 추정하는 가상자산 지갑의 코인 규모는 위믹스 한 종류만 해도 137만 개에 달한다. 보유 당시 시세를 감안하면 약 12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하면 10배 이상 수익을 봤을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의혹이 더 커지는 이유는 김 의원의 코인 투자 패턴 때문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과 달리 일반인은 존재조차 낯선 이른바 ‘잡코인’에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김 의원이 매수한 P2E 코인 ‘메콩코인’은 매수 직후 3배로 폭등했고, 또다른 P2E 코인 ‘마브렉스’는 30%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중소형 코인을 사들여 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다만 이런 의심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현행법상 처벌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을 처벌하려면 코인의 증권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성이 있는 코인을 미공개 중요 정보를 활용해 매수한 뒤 차익을 얻었더라도 사기적 부정 거래 혐의로만 처벌할 수 있다. 검찰 출신 C 변호사는 “만약 김 의원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활용해 각종 코인을 매수한 뒤 수익을 올렸다 해도 증권이나 파생상품이 대상인 현행 자본시장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2019년 한국의 자본시장법에 해당하는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에 대한 미공개 정보 이용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면서 “금융자산 디지털화에 발맞춰 법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4 “관련 업계로부터 입법 로비를 받았나”

김 의원이 P2E와 관련된 코인을 여러 개 거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똥은 게임업계로 번지고 있다. P2E는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이용자가 게임 공간에서 얻은 게임머니를 코인이나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선 게임머니를 곧장 현금화하는 것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불법이지만, 일부 이용자는 우회 접속 방식으로 해외 P2E 게임을 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게임머니가 코인을 매개로 현금화될 경우 게임업체는 막대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P2E 합법화를 놓고 찬성 측은 “게임산업 혁신을 위해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 측은 “사행성을 부추겨 게임을 사실상 도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남부지검, 게임사 대표 사기 고소 건도 수사
이른바 ‘P2E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김 의원의 정치 행보와 입법 활동이 P2E 합법화를 바라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국게임학회는 5월 10일 성명서를 통해 “몇 년 전부터 P2E 업체가 국회에 로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면서 “국회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위믹스와 P2E 게임에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의 이익공동체를 해체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머니→코인→현금으로 전환이 가능해지면 코인 발행 게임업체는 엄청난 이득을 본다”면서 “김 의원뿐 아니라 코인을 매개로 로비에 나선 것으로 의심되는 게임업체들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온라인소통단장을 맡아 “블록체인 기반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는 코인 시세에 호재로 작용해 김 의원이 대량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믹스 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2021년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것도 논란이다. 당시 개정안은 ‘게임머니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암호화폐)를 말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뼈대로, P2E 합법화의 단초라는 얘기가 뒤따랐다. 당시 이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았으나 만약 통과됐다면 P2E 코인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직후부터 일관되게 “투명하고 합법적 거래였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게임업계도 정치권에 대한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가 코인 발행사 대표로도 향하면서 이번 사태가 게임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위믹스 투자자 22명은 5월 11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를 사기 및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 거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발행·판매하는 과정에서 위믹스 유통량에 대한 허위 사실로 투자자를 속여 큰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을 김 의원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6부에 배당했다.

김 의원의 코인 투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회 한국 정부 대표, 순천지청장 등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김 의원이 부당한 방법으로 코인을 거래하거나 보유해 큰 차익을 봤다면 이는 법률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를 특별히 규정한 헌법 제46조 1항에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이번 검찰 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져야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코인을 매개로 한 공직자 부패와 첨단 범죄에 엄중한 경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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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90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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