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2.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9.7/뉴스1“독배라서 피할 수 없었다.”
당 위기 수습을 위한 ‘독배’를 들었던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0여 일 동안 ‘당 안정’과 ‘지지율 상승’이라는 축배를 들며 임기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26일 여권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이르면 오는 3월8일 또는 3월12일 비대위원장 임기를 마친다. 3월8일 전대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경우 이날을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일 ‘결선투표’를 마친 후 임기를 끝낸다.
지난해 9월8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이번 전대 결과에 따라 182일 또는 186일간의 임기를 마무리하게 되는 것이다.
5선인 정 위원장은 노련한 당 운영으로 거듭된 내홍을 끝내고 당 안정을 이끌어 당의 지지율 상승이라는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위원장은 ‘주호영 비대위 무산’이라는 위기 속 당을 구해야 하는 ‘중책’을 맡으며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여권은 정권교체에 성공한 지 약 6개월 만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약 4개월 만에 당 내홍에 휩싸여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당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는 등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를 수습할 당 지도부는 공백상태였다. 이준석 전 대표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고,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임하던 권성동 원내대표 체제마저 흔들렸다. 어렵사리 출범한 ‘주호영 비대위’는 법원이 이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무산됐다.
정 위원장은 이같은 위기를 구할 적임자로 평가됐다. 친윤(친윤석열)계 맏형으로 윤 대통령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으며, 국회부의장을 맡을 정도로 당내에서 의원들의 신망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친윤계 핵심 인사로 평가받는 자신이 또다른 당내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남은 국회부의장 임기 등을 이유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는데 고심을 거듭했다. 권 원내대표가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선을 그었던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비대위원장을 제안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지난해 9월7일 비대위원장을 추인하기 위한 의원총회 직전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당시 정 위원장은 4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 정도로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원내대표는 ‘사고초려’(四顧草廬)란 표현으로 정 위원장의 고심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첫 일성으로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들 한다. 저는 독배라서 더 이상 피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집권여당이 정신을 차리겠다. 당을 신속히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위원장은 일성대로 당 정비에 속도를 냈다. 비대위원을 신속히 임명하며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했고, 비대위 출범 약 한 달 만인 10월6일, 이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같은 달 13일 대구와 포항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현장 비대위를 진행하며 당심과 민심 잡기에 나섰다. 집권 여당이자, 앞서 열린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며 지방정부를 책임진 여당 프리미엄을 십분 발휘한 행보였다.
지난 총선 이후 시행되지 않았던 당무감사와 조강특위에도 착수했다. 일각에서 ‘친윤 줄세우기’ ‘비대위의 월권’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정 위원장은 당무감사 결과 발표를 차기 지도부에 넘기며 논란을 일축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전당대회 개최시점을 3월 초로 못박으며 논란을 빠르게 정리했다. 동시에 ‘당원 100% 전당대회, 결선투표 도입’ 등 새로운 전대룰을 도입했다. 당 일각에서 비윤계를 겨냥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당원들이 당 지도부를 직접 선출해야 한다는 소신으로 이를 관철시켜 당원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 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공세로 대국민 여론전에도 힘썼다. 이태원 참사(10월29일) 바로 다음날 긴급 비대위회의를 열어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 추모제에 참석하는 등 여당을 향한 비판 여론에도 당 지도부로서 애도 행보를 이어갔다.
정 위원장의 이같은 노력은 국민의힘 지지율 안정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정진석 비대위’ 출범 시점인 지난해 9월5일부터 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서 정당지지율을 물은 결과, 국민의힘은 35.2%로 48.4%의 더불어민주당에 오차범위 밖인 13.2%p 뒤쳐졌다.
하지만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에서는 국민의힘은 45%를 기록하며 39.9%를 기록한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인 5.1%p 앞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4주차(국민의힘 44.8%, 민주당 39.5%) 이후 약 8개월(34주) 만에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이며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 위원장은 새 지도부 구성에 앞서 이번 전대의 목표는 내년 4월 총선 승리라고 못 박으며 윤석열 정부 운명을 가를 총선 승리를 위한 당의 단합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 총회에서 “내년 총선은 우리나라의 존망이 걸린 거대한 전쟁이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우리가 똘똘 뭉치면 소수당, 여소야대 족쇄를 끊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열리는 전대의 합동연설회에서도 “100만 당원의 힘으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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