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에 한미 공중훈련 연장… ‘죽음의 백조’ 한반도 전개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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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도발]
한미 국방 만찬중 北 ICBM 발사
韓 “훈련 연장” 제안에 美 동의… 군용기 240여대 공중훈련 계속
美, 韓에 北 도발원점 다 보여줘

북한이 3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도발에 나서는 등 무력시위를 펼치자 한미는 북한이 맹비난한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전격 연장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전개된 바 없는 B-1B 전략폭격기를 이르면 이번 주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자산 중 하나다.

한미 국방장관은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응해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도 집중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는 추가 독자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참석자들이 B-1 폭격기를 둘러 본 뒤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앤드루스공군기지=AP/뉴시스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참석자들이 B-1 폭격기를 둘러 본 뒤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앤드루스공군기지=AP/뉴시스

○ 괌 배치 전략폭격기 한반도 날아올 듯
당초 한미는 F-35B 스텔스전투기 등 군용기 240여 대를 동원한 비질런트 스톰을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2일 25발가량의 미사일과 100여 발의 포를 무더기로 발사한 데 이어 3일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까지 쏘며 고강도 도발을 이어갔다.

3일 오전 7시 40분경 북한이 ICBM을 발사할 당시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부(펜타곤)에선 한미 고위급 만찬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발사 소식을 전달받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관련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추가 대응 지침을 받고 현장에 있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에게 훈련 기간 연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훈련을 하루 더 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 아울러 한미는 B-1B를 한반도로 전개해 훈련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앞서 B-1B 4대는 지난달 18, 19일 미 본토에서 괌 앤더슨 공군기지로 전진 배치됐다.

비질런트 스톰에서 양국 전투기들은 전시를 상정해 북한 핵심 표적 수백 개를 일거에 타격 가능한 연합 작전계획을 적용해 고강도 훈련을 진행 중이다. 특히 북한 상공에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는 최신예 스텔스기들이 이번에 대거 참가했다. 이에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과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차례로 거칠게 비난 담화를 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미가 비질런트 스톰을 하루 더 하기로 결정하자 북한은 박정천이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며 추가 도발을 암시했다. 이후 불과 55분 뒤 실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을 날려 말뿐이 아님을 입증했다.

주일 미 해병대의 F-35B 스텔스 전투기 4대가 지난달 31일 전북 군산기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F-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에서도 출격이 가능하다. 미 공군 제공
주일 미 해병대의 F-35B 스텔스 전투기 4대가 지난달 31일 전북 군산기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F-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에서도 출격이 가능하다. 미 공군 제공

○ SCM서 확장억제 제고 방안 협의
북한의 야간 SRBM 도발 직후 한미 국방장관은 SCM을 열고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맞설 획기적인 확장억제 제고 방안을 협의했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양국 장관은 연합 방위태세 강화, 글로벌 안보협력 등 주요 동맹 현안도 집중 논의했다.

북한의 ICBM 도발이 있기 2시간 전 이 장관은 한국 국방장관으로선 처음으로 미 5대 정보기관 중 하나인 국가정보지리국(NGA)도 방문했다. ‘하늘 위의 중앙정보국(CIA)’으로 불리는 NGA는 이 자리에서 그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 발사 원점들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보여주는 등 대북 정보 역량을 이 장관에게 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한미 공중훈련#죽음의 백조#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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