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전임 한미연합사령관들 “전술핵, 北 선제타격 빌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7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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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전술핵 군사적·전략적 관점에서 효과 없어”
브룩스 “미국 확장억제는 의심할 여지 없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한미동맹세미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가보훈처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한미동맹세미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가보훈처

최근 북한 도발에 맞서 전술핵을 재배치 해야 한다는 일부 여권의 주장에 대해 전임 한미연합사령관들이 국회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부적절하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북한이 선제 핵 타격 조건까지 내건 상황에서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복수의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커티스 스캐퍼로티, 빈센트 브룩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등 전임 한미연합사령관들은 전날 오후 국회를 찾아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등을 주제로 국민의힘 소속 이헌승 국방위원장과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인 신원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간사 김병주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등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한국의 핵 배치나 핵무장은 군사적, 전략적 관점에서 효과가 거의 없거나 제한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북한이 핵 무력을 법제화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핵 선제타격’을 가능케 한 현 상황에서 섣불리 핵을 배치하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이나 위협을 높이는 선택지”라며 “군사적으로 정보력이 부족한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 선제타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 선제타격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술핵을 보관할 기지 조성과 이를 관리 운영할 부대 동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핵은 가장 잘 보호될 수 있는 장소에 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전술핵 배치를 하게 된다면 핵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전력이 필요한데, 이것을 어디서 끌어와야 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북한 장사정포 탓에 전술핵 부대가 공격 당할 위험성도 지적됐다.

전임 사령관들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확장억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의심할 여지가 없고 분명하다”고 말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사령관을 역임한 스캐퍼로티 전 사령관도 “한반도와 유럽의 상황은 다르다”며 “한반도의 확장억제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최고의 전문가가 매일 훈련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한반도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전임 사령관 모두 전술핵 재배치는 무용하고, 위험하다고 분석했다”며 “정치권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임 사령관들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6·25전쟁 휴전 이후 한국에서 전사한 미군에 대한 기념비 건립, 참전용사의 방한 프로그램 예산 확보, 연합사 부지 문화유적 발굴 및 보존 등에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면담에 참석한 국방위원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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