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도 “韓 무기체계 벤치마킹”… K방산, 4대 수출국 진입 목표[인사이드&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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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어디까지 왔나

지난달 20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된 기동화력 시범에서 육군의 K2 ‘흑표’ 전차가 포사격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지난달 20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된 기동화력 시범에서 육군의 K2 ‘흑표’ 전차가 포사격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신규진 정치부 기자
신규진 정치부 기자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 킨텍스. 닷새간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코리아 2022)에 40여 개국 군 관계자들이 몰렸다. 격년 주기로 열려 올해 5회째였던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주최 측은 행사 기간에 50여 개국 350여 개 기업이 참가했고, 6만5000여 명 관람객이 전시회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특히 ‘새로운 국방(New Defense: Shape the Future)’이라는 주제에 맞게 드론봇(드론+로봇)과 인공지능(AI), 무인화, 자율주행 등 미래 복합전투체계를 가시화하는 무기체계가 집중 주목을 받았다.

국내 방산기업의 첨단 무기체계를 지켜보기 위해 한국 주재 무관들은 대부분 행사를 찾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슬로바키아는 전세기를 띄워 이번 행사에 대규모 사절단까지 보냈다. 군 관계자는 “‘한국 방산기업이나 무기체계 발전 과정을 벤치마킹하라’는 지시를 받고 행사에 참석했다는 중동 국가 관계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바야흐로 ‘K방산 르네상스’란 말이 나온다. 전 세계가 한국의 국방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자주 국방을 내걸고 미국제 소총을 역조립하며 첫발을 뗀 국내 방위산업은 이제 잠수함, 초음속 전투기 등 첨단 무기체계를 직접 설계·제작할 만큼 발전했다. 올해 500억 달러 무역적자를 우려하는 전망이 나오지만 K방산은 분투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 ‘폴란드 대박’ 등 K방산 르네상스…우크라전 효과도

국내 방산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벌어진 건 불과 두 달여 전이었다. 7월에 폴란드 국방부가 K2 전차 980대(현대로템), K9 자주포 670문(한화디펜스), FA-50 경공격기 48대(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이르는 납품 기본계약을 맺은 것. 총 사업 규모는 28조 원에 달했다. 탄약이나 부품 등을 포함하면 총 수출액은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 수출 실적이다.

미국 CNN은 이를 두고 “한국이 ‘방산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은 세계 방산 시장에서 돌풍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디펜스는 호주와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 1조 원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월엔 아랍에미리트(UAE)가 4조 원대 천궁-2 요격미사일(LIG넥스원)을, 올해 2월엔 이집트가 2조 원대 K9 자주포 200여 문 도입을 확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이번 폴란드 ‘잭팟’이 세계 시장이 본격적으로 한국산 무기에 눈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사실 앞서 폴란드는 차기 전차 후보로 미국, 독일산을 유력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전차, 자주포 등 주력 무기를 지원했는데, 이로 인해 생긴 국방력 공백을 조속히 메워야 했기 때문.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대대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한국산이 더 좋은 선택지가 된 것이다. 가령 독일 레오파르트 2A7 전차는 대당 약 200억 원으로 50대 생산하는 데 5년이나 걸리지만 K2 전차는 그 절반 가격에 3년 만에 180대 납품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 尹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 전략산업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각국은 치열한 무기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은 안타깝지만 치열한 군비 경쟁 상황이 펼쳐진 상황 자체는 국내 방산업계에 호기(好機)인 건 사실이다. 폴란드는 도입을 확정한 ‘3종 무기’ 외에도 ‘레드백’ 장갑차와 다연장로켓(MLRS) 천무, K808 차륜형 장갑차, 천궁-2 요격미사일 등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폴란드뿐만 아니라 동유럽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체계에 전방위적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분단의 특수성으로 인해 오랜 기간 실전 운용을 해온 한국산 무기들의 검증된 성능과 안정성도 긍정적인 요인이란 평가다.

이제 K방산은 세계 4대 방산수출국까지 노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으로 방산 산업을 전략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전망도 좋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천궁-2 요격미사일, 차기 호위함, 비호복합 방공체계(60억 달러 이상), 콜롬비아가 FA-50 경공격기(10억 달러), 노르웨이가 K2 전차(17억 달러 이상) 등 계약을 올해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의 차기 장갑차 사업(50억∼75억 달러)에도 국산 ‘레드백’ 장갑차가 유력 후보에 올라 있다. FA-50 경공격기 도입(7억 달러)을 검토 중인 말레이시아는 이달 중 KAI를 방문해 실사에 나선다.
○ “방산 수출 지원 제도는 선진국 수준에 못 미쳐”

다만 K방산의 과제도 적지 않다. 군비·군축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8%. 세계 8위 수준이지만 절대적인 비율 자체는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직전 5년(2012∼2016년) 실적과 비교하면 수출 증가율이 177%에 이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 3%에 못 미친다”면서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출액이 훌쩍 뛰었다는 측면에선 매우 고무돼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2020년까지 매년 20억∼30억 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지난해 70억 달러를 돌파했다. 폴란드 계약건과 더불어 현재 진행 중인 무기 수출이 계약에 성공할 경우 정부와 업계에선 올해엔 200억 달러 수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 수출이 국가전략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만큼 범정부 차원의 지원 사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3일 발표한 ‘글로벌 방산수출 빅4 진입을 위한 K-방산 수출지원제도 분석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방산 수출 지원 제도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정부 간 수출계약(G to G) 제도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운영되고, 무기 수출 시 교육·기술·재정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등 ‘패키지 딜’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또 미흡한 방산 수출 금융 지원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업계에선 과도한 지체상금(납기지연벌금)을 대폭 감면하는 등 기존 방산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기업이 수출계약을 맺을 때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지급하는 수출기술료 면제 조치가 올해 끝나는데 K방산 선전을 위해 감면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우리 방산 기술에 접목할 수 있도록 대통령실을 ‘컨트롤타워’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업계 지원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
#인사이드&인사이트#무기#국내 방산기업#k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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