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혀 깨물고” vs “신상 폭언”…‘탈원전’ 김제남 거취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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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7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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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남 “단 한번도 신념과 가치에 반하는 일 안해”
권성동 “마치 채식주의자가 정육점 경영하는 모순”

김제남 페이스북
김제남 페이스북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오갔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이사장이 2017년 “판도라 보고 탈핵하자” “잘 가라 핵 발전소”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했던 사진을 화면에 띄우면서 “정의당에서 탈핵 위원장 하신 분이 어떻게 원자력 발전을 전제로 운영되는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내가 잘하겠다’고 뻔뻔하게 이야기할 수 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그냥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고액 알바 수준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을 하냐? 신념을 지키려면 밖에 나가서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확대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시위를 해야지. 일관성이 있는 게 정치인의 태도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저 봉급 받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다 버리는 것이냐. 부끄럽지도 않은가. 정의당 당원에게 부끄럽지 않나? 정의당에 있다가 민주당 정부에 있다가 또 윤석열 정부 밑에서 일하고, 이 둥지 저 둥지 옮겨 다니며 사는 뻐꾸기인가?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뭐 하러 그런 짓하냐?””고 물었다.

이에 김 이사장이 “의원님은 질문할 자유가 있지만, 저의 신상에 대해 굉장히 폭언에 가깝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시라”라고 맞받아치면서 잠시 소동이 일었다. 권 의원이 “뭘 사과하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국감장 내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소동이 잦아진 후 김 이사장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저는 한 번도 신념과 가치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제 신념을 접은 적이 없다”며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고 환경 보호를 지키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다”고 주먹을 쥐며 힘주어 말했다.

권 의원은 어이없다는 듯 “허허허” 웃으면서 “그렇게 뻔뻔하니까 그 자리에 앉아 있겠죠”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정의당 소속으로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7년에는 정의당 탈핵특별위원장을, 2020년에는 문재인 행정부 대통령 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실 산하 기후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2022년 2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권 의원은 국감이 끝난 후에도 작정한 듯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뻐꾸기 같은 탈핵운동가들은 자신의 둥지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그는 “탈핵운동가가 원자력안전재단 수장으로 있다는 것은, 마치 채식주의자가 정육점을 경영하는 것과 똑같은 모순”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 거리에서 탈핵운동의 깃발을 흔드시라”고 적었다.

이어 “김제남 이사장만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인사들에게 원자력 관련 기관의 요직을 주었다”며 “문 정부의 행태는 뻐꾸기와 같다. 원자력안전재단에 탈핵운동가를 뻐꾸기알처럼 낳았다. 그 알에서 태어난 새가 국민 혈세를 꼬박꼬박 챙기면서 원자력안전재단을 잠식하고, 진짜 전문가들을 미뤄내고, 정상적인 원전 가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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