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천안=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법원이 26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본안 소송 확정시까지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하면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사실상 비대위가 붕괴되는 정치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민의힘은 25일부터 이날까지 의원들이 참석한 연찬회를 열고 ‘주호영 비대위’ 체제를 중심으로 결속을 다졌던 상황에서 주호영 비대위에 제동을 내리는 법원 결정이 내려지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단 국민의힘은 이날 법원이 주 위원장의 직무 정지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주 위원장도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당의 비상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27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지역 일정을 취소하고 의총에 반드시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선 비대위 전환을 강행한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이 우리 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며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탄생한 정권에서 그 여당이 공정과 상식을 철저히 말살하는 짓을 저지른 것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느냐”며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반민주정당으로 낙인찍힌 것”이라며 “이제라도 민주적인 정당으로 재탄생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안=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이번 판결로 인해 다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가 지난달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후 비대위가 출범하기 전까지 당 대표 직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책임론 등이 확산될 경우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 뒤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기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인 비대위원장과 원내 지도부를 구성하는 원내대표가 모두 물러난 뒤 새롭게 당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절차적으로 치유에 나서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소통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이날 “법원 판결의 핵심은 당헌에 ‘비상상황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비상상황을 전제로 비대위원장을 의결한 것이 절차 위반이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상임전국위 소집과 전국위 의결을 통해 ‘비상상황 규정’을 당헌에 포함시키면 된다”며 “이후 당헌에 근거해 비상상황 규정을 충족시키고 비대위원장을 의결하면 법원이 지적한 절차적 하자가 치유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수습 방안 등이 나오고 있지만 차기 전당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하는 주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전당대회 개최 시기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당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선 전대 개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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