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소속 원로 정치인들이 23일 당 지도부와 만나 “이준석 전 대표와 관련해선 복잡할 땐 원칙대로 하라. 국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당의 분란”이라고 지적했다. 관심이 쏠린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선 “정기국회 후 전당대회 개최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신영균 전 의원·황우여 전 대표 등 상임고문단 10여명을 만나 이 전 대표 문제, 전대 시기, 당정관계, 당 혁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박정하 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와 관련해서 (원로들 중) 어떤 분은 눈살을 찌푸리며 가장 비판적인 것은 당 분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튼 지켜보자는 주 위원장에게 동의하면서도 더러 아쉬운 소리들이 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진 오찬에서 원로들은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당 내분,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잘못된 것을 (윤석열 정부가) 바로 세워줄 줄 알았는데 늦어지는 (것에 대한) 실망감에 있다고 진단하고, 나름대로 처방을 이야기하면서 진행됐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주 위원장은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전대 시기, 이 전 대표 관련 가처분신청 진행 내용, 혁신위 활동 등 현재 당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주 위원장은 원로들에게 “가처분 신청은 좀 지켜보자” “혁신위는 앞으로 의견수렴을 거쳐서 비대위에 오면 의결해서 정리할 것이다. 혁신위가 많이 움직이면 좋겠다고 격려해줬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주 위원장은 또 당무 보고에서 “전대 시기는 당내에서는 조기에 하자, 그다음에 국정감사 이후에 하자는 의견이 갈려 있었는데 국감 이후 시기로 의견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는데 정기국회를 놔두고 당내에서 당권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치는 건 옳지 않다. 정기국회가 끝난 다음에 전당대회를 하는 게 좋겠다,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말이 비슷하게 다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원로들은 “당 혁신 경쟁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지면 안 된다”며 “동일 지역 3선 이상 출마 금지, ‘공천은 곧 당선’ 이런 지역에서의 다선 의원에 대한 논의가 좀 있어야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원로들은 이어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대해 “적절한 당정관계가 만들어져야 여권이 잘 갈 수 있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국민의 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대통령과 정례적으로 만날 수 있는 당정관계의 모습을 좀 챙겨봤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에 주 위원장은 원로들에게 “당 혁신과 관련해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하겠다”며 “대통령실에는 국민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강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주호영 비대위’ 출범 후 첫 상임고문단 회의인 만큼 상견례 성격과 함께 주요 정책보고와 당무 보고가 이뤄졌다. 앞선 모두발언에서 주 위원장은 “죄송하다”며 원로들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혔고, 신영균 회장은 “대선에서 대통령을 선출한 집권여당이 집권 초반에 비대위가 구성됐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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