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부터 인사쇄신”… 홍보라인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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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날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54분간 프롬프터(진행 
멘트가 뜨는 모니터) 없이 진행됐다. 뉴시스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날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54분간 프롬프터(진행 멘트가 뜨는 모니터) 없이 진행됐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인사 난맥과 관련해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챙기고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지금 짚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인사 쇄신 요구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인사 쇄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을 해야 하는 것이지,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이라고 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번 주 대통령실 홍보 라인부터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신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는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첫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전 의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선 대변인은 외신 대변인으로 돌리고 후임 대변인은 정무 감각을 겸비한 전문가 그룹에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에 대선 득표율(48.6%)에서 반 토막 난 지지율을 고려한 듯 이날 ‘국민’을 20차례 언급하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이라며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54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의 성과를 소개하는 데 20분을 할애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자신을 직격하는 등 여권 내홍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북한이)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도와주겠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저와 우리 정부는 북한 지역의 무리한 또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직-정책-소통 문제 있는지 점검”… 정책담당 수석 신설 검토


인사 쇄신

인적 개편, 정책 역량 강화에 방점… “국민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을 것
여론조사 민심 받들어야” 주장도… 지지율 하락 원인 ‘구체적 진단’ 없어
54분 기자회견중 20분간 ‘성과’ 보고


尹대통령 기자회견 배석한 참모들 대통령실 참모들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리에 배석해 있다. 왼쪽부터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최영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尹대통령 기자회견 배석한 참모들 대통령실 참모들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리에 배석해 있다. 왼쪽부터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최영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중 취임 후 첫 대통령실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취임 10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최우선시하겠다는 국정 운영방침을 밝힌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정권 출범 3개월여 만에 20%대로 급락한 지지율에 ‘국민’을 강조하며 낮은 자세를 취한 것이다.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선 ‘국민’(20회)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대국민 소통 강화를 위해 우선 홍보 라인부터 교체하기로 한 윤 대통령은 정책과 정무 라인의 보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대한 인적 쇄신에 이어 공석으로 남아있는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 장관 등 내각 인선에까지 속도를 낼지 주목되고 있다.
○ “국정 대응 빠르게” 대통령실 인적 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권 안팎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지금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인적·조직 개편은 국정 현안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우선 홍보 라인은 대폭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전 의원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으로 기용될 예정이다. 강인선 대변인은 외신 대변인으로 이동하고, 대변인에는 정무적 판단이 빠른 인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 정책 담당 수석급을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인적 개편은 정무 라인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낮은 지지율에 대한 물음에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여러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서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한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 다시 다 되짚어 보면서 조직과 정책,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짚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지율 추이에 관심을 두지 않던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의 방식으로 진일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 ‘100일 성과’ 보고에 20분 할애
33분간 12개 질문 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소회와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체 기자회견 시간의 절반가량을 할애해 33분 동안 12개의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33분간 12개 질문 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소회와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체 기자회견 시간의 절반가량을 할애해 33분 동안 12개의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한 자체 진단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취임 100일 동안의 성과가 각종 논란에 묻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점도 한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총 54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100일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모두발언에 약 20분을 할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펼친 각종 정책과 국정 운영을 정상화했다는 데 방점이 찍힌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했다”면서 “경제 기조를 철저하게 민간 중심, 시장 중심, 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민간이 더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것”이라면서 규제 개혁, 법인세 인하 등을 성과로 열거했다. 탈원전 정책 폐기, 지출 구조조정, 한미 동맹 재건 등도 ‘정상화 성과’로 꼽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국민들이 우리 정부의 성과를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면서 국민 앞에 설명을 상세하게 드리자는 취지로 주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향후 국정 운영 비전을 드러내지 못한 기자회견에 우려도 나온다. 당 대표를 지낸 한 여권 인사는 “현재 난맥상에 대해 엄중한 진단이 없다 보니 쇄신책도 밝히지 못한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하려는 것을 국민 앞에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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