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욕정치로 참패” 이재명 책임론…당 갈등 폭발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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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자. (인천사진공동취재단) © News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자. (인천사진공동취재단) © News1
6·1지방선거 참패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재명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3·9대선 패배 당사자가 두 달 만에 무리하게 재등판해 당의 2연패를 야기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며 계파 간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다.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홍영표)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이낙연) 등 격한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마땅한 구심점이 없다 보니 당이 계파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우후죽순 쏟아진 ‘이재명 책임론’
‘이재명 책임론’은 민주당의 패색이 짙어진 2일 새벽부터 시작됐다. 이번 선거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이 위원장은 본인의 정치고향인 분당 갑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짐에도 이른바 ‘안전한 지역’을 찾아 계양을을 선택했다. 전략공천위원장이었던 나는 이 위원장의 당당한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과거 손학규 대표 등 험지에 출마해 선당후사를 보여줬던 민주당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얘기했다”며 “열린선택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고 이 위원장을 향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강성 지지층을 향해서도 “필요하다면 대표 수박이 되겠다”고도 했다. 수박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배신자를 지칭하는 은어다.

비상대책위원이었던 조응천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오히려 비대위 전체가 다 모여서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지원유세를 하는 그런 형국까지 몰렸지 않나”라며 “참 모양이 안 좋게 됐다. 어쨌든 상처뿐인 영광이다”라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의원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낙연 전 대표도 책임 공방에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며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것.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맞서 이 의원 측은 경기도지사 선거의 막판 대역전극을 내세워 불똥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이 의원 측근 의원은 “국민의힘이 완패했던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라며 “윤석열 정부 컨벤션 효과 등으로 선거 판세가 점점 안 좋아지자 선거 막판엔 경기도만 사수해도 ‘대박’이라는 게 당내 여론 아니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당대회 앞두고 신경전 가열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공방은 당장 당권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8월로 예정돼 있던 전당대회를 앞당겨 7월에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친이재명계 뿐 아니라 친문, 586그룹 등 주요 계파간 신경전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포문은 친문에서 쏘아올렸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고 국회로 돌아온 전해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사전 차단에 나선 것. 역시 친문인 신동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하고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2’,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며 “평가와 혁신의 연장선상에서 전당대회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배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 조속히 의원총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년의 민주당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평가는 다수가 폭넓게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이재명계 의원들은 지방선거 패배를 당내 주류 세력 교체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되새기는 기회였다.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캠프 해단식에서 당권 도전과 지선 패배 원인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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