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의 ‘알박기 인사’ 의혹 제기, 금융권 내 친문 겨냥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2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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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창인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을 두고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의 갈등이 연일 격화하고 있다. 청와대가 인수위의 ‘알박기 인사’ 의혹 제기에 대해 “모욕적”이라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인수위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인수위가 KDB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의 대표 선임 문제를 겨냥하자 “금융권 내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에 대한 경고장이자 군기 잡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 “인수위가 사과해야” VS “청와대가 감정적으로 해석”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일 TBS와 MBC 라디오에 잇달아 출연해 전날(3월 31일) 인수위가 “몰염치하다”며 박 대표 선임 인사를 비판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이런 민간 기업 인사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회동 후 좋은 분위기 속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데 이렇게 찬물을 끼얹는 브리핑을 했다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물밑 협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인수위가 박 대표 인선을 두고 청와대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성토다.

반면 인수위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뿐인데 청와대에서 감정적으로 해석했다”고 반박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민혈세 4조1000억 원이 투입된 부실 공기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그 해법에 대한 고민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특정 자리에 대한 인사권 다툼으로 문제의 본질이 호도되거나 변질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인수위는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HMM(옛 현대상선) 대표 선임도 ‘임기 말 알박기’로 보고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HMM은 지난달 29일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김경배 신임 대표이사를 최종 선임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임기 말에 알박기로 보은을 했다”며 “이렇게 해놔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다만 인수위와 국민의힘은 ‘알박기 인사’ 의혹 이슈에 대한 역할 분담에 나섰다. 윤 당선인이나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박 대표 선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대신 당 차원에서는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무리 막 가자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국민 눈치는 좀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내가 눈독 들이면 로맨스 인사권 행사고, 남이 눈독 들이면 불륜 인사권 행사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금융권 견제 수위 높이려는 의도” 분석
금융권에선 인수위가 연일 박 대표 임명을 비판하고 나선 대 대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며, 금융권에서 친문 색채를 빼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말이 나온다. 현 정부 집권 후 금융권 내에 짙어진 친문 색채를 걷어내는 동시에 “연임은 없다. 나갈 사람은 미리 나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것. 인수위와 국민의힘은 금융권 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분류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둘러싼 의혹을 기점으로 ‘친문 낙하산 금융권 인사’를 둘러싼 제보들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1일 인수위를 향해 “점령군과 같은 월권 행태는 즉각 중단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권한만을 행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 동생의 동창이라는 억지스러운 명분으로 신임 사장을 깎아내리는 인수위의 태도는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나와 대우조선해양에서 36년간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사람을 알박기 취급하는 게 훨씬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섣부르게 건드리는 무책임함에 따른 대가를 10배는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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