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통시장서 老상인 보고 눈물…“어머니 생각”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20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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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일 충남 논산시 탑정호 출렁다리 부근에서 열린 논산사랑걷기대회에서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게 한 지지자는 “이재명 뽑아 놨더니 요즘 이낙연이야”라고 쓴소리를 했다.

#2. 이 후보는 20일 논산 화지시장에서 예정에 없던 즉흥 연설에 나서 지지를 호소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는 20일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남을 찾아 숨 가쁜 일정을 수행하며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 재고를 위해 자신과 당 쇄신을 거듭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께 논산사랑걷기대회 행사장에 도착해 5~6살로 보이는 한 소녀로부터 논산 캐릭터 인형을 선물 받았다. 부친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이 소녀에게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해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자녀로 보이는 초중학생을 제외하면 대부분 40·50대였다. 이 후보는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우리가 언론이다’ 등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 한명 한명과 악수를 하고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응했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와 사진을 찍으며 “가문의 영광”이라고 반색했지만 한 지지자는 “이재명 뽑아 놨더니 요즘 이냑연이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행사에 참여한 여중생들에게 “어디 학교 친구들이냐”고 친근하게 말을 걸고 일일이 사진을 찍어줬다.

이 후보는 한복을 입은 50대로부터 직접 쓴 서예도 선물 받았다. 논산이 지역구인 김종민 의원은 이 후보에게 “저도 이 글씨를 받고 당선됐다”고 귀띔했다.

이 후보는 논산시 전통시장인 화지시장으로 이동해 상인들을 만났다. 그는 생선가게에 들어가 상인과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는 등 상인,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했다. 그는 한 노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나와 “대통령님! 국민이 눈을 뜨게 해주세요”라고 하자 무릎을 꿇고 안내견을 쓰다듬기도 했다.

이 후보는 한 과일가게에서 감 3개, 딸기 4팩 등을 사고 온누리상품권 3만5000원어치를 지급하기도 했다. 그는 온누리상품권을 건네며 “(가격을) 깎아야 하는데”라고 농담과 함께 “요즘 힘드시죠”라며 경기를 물었다. 그는 “지역화폐 예산이 깎여서 좀 그런데 당에서는 올해 이상으로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시민이 ‘국민의힘은 개발이익환수법안 통과해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나타나자 “맞다. 이분들이 개발을 못 하게 막더니만”라고 호응했다. 그는 이 손팻말을 직접 들어 올리기도 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일 좀 해줘”라는 한 여성 지지자의 발언에는 “열심히 할게요”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토란을 파는 한 노파의 좌판 앞에서는 무릎을 굽히고 “어머니, 토란 팔아야죠, 얼마예요”라고 말을 걸었다. 그는 토란 봉지를 받고 온누리 상품권을 건냈다가 ‘이분은 상품권을 모른다. 현금이예요’라는 전언에 김종민 의원에게 현금을 받아 건낸 뒤 눈시울이 붉어져 손수건으로 눈을 훔쳤다.

또 한 노파가 다가와 두 손을 잡고 ‘나는 얼마 못 산다. 힘없는 사람은 죽는다(억울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안아주며 위로했다. 이 후보는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후보가 화지시장 광장 중심부로 들어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하는 상인과 시민들이 늘어났다. 이 후보는 회지시장에서 즉흥 연설에 나서 자신과 민주당의 쇄신을 약속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지지를 호소하는 이 후보에게 지지층은 연신 “이재명”을 외치며 호응했다.

이 후보는 “저한테 뭘 기대했을까 뭔가 새롭게 해라 확 좀 바꿔달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걸 충분히 받아안지 못했고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속에 점점 갇혀갔던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바다에 온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다 던지겠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파 앞에서 운 이유’에 대해 “어머니 생각도 나고, 어머니 생각도 생각인데 나이 90 먹으신 어른이 생업에 도움이 되겠다고 쭈그리고 계신게 가슴 아팠다. 아이고, 내 탓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온누리상품권을 안 받았을 때 어땠느냐’는 질문에 “그 어머니, 그분이 말도 잘 못 알아들으시더라 가격도 1만5000원인 줄 알았다”며 “저런 분들이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주된 이유는 생계일텐데 저러지 않더라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여기는 유난히 저런분들이 많네 아이고 미안합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유튜브 방송 시사타파 라이브에 출연해 ‘오늘 두번 울었다’는 질문에 “90이 넘는 할머니가 나 보고 싶다길래 갔는데 가게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더라. 아드님 가게라는데 도와주러 나와서 절 기다렸대”라며 “딱 보니까 어머니가 생각난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시장에서 화장실 지켜서 사용료 받는 일을 했다”며 “시장에 쭈그려 앉아 일하는 할머니들을 보면 눈물이 나는데 갑자기 확 쏟아지더라. 어려운데 안됐고, 고맙기도 하고”라고 전했다.

이 후보는 “또 반대편 갔더니 토란 깎아 파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먹고 살려고 하는 장사더라”라며 “조금 전 할머니는 아들 가게 도와주는 거였는데. 이분은 귀도 잘 들리고, 1만5000원이라 해서 2만원 상품권을 드렸더니 아니에요 하더라고. 그래서 나중에 알아봤더니 5000원이었다”고도 했다.



[서울·논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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