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 확대 차질

유원모 기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1-10-27 03:00수정 2021-10-27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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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손준성 ‘1호 구속영장’ 기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검사가 26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법원은 26일 오후 10시 40분경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를 이같이 밝혔다. 올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후 ‘구속영장 청구 1호’ 사건은 공수처의 ‘구속영장 1호 기각’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은 “손 검사가 의도적으로 조사 일정을 미루고 있어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영장 청구가 부당하다는 손 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지난해 4월 당시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부하 직원들에게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한 뒤 이를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건넸다는 혐의로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에는 공수처가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손 검사 측의 반발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구속영장에 고발장 작성자를 ‘성명 불상’이라고 밝힐 정도로 수사 진척이 없었다. 그런데도 손 검사의 조사를 굳이 야당의 대선 경선을 앞둔 이달 하순에 해야 하는 이유를 공수처가 법원에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뿐만 아니라 전달 경로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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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를 확대해 윗선의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하려고 했던 공수처는 수사 일정을 불가피하게 더 늦춰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장은 기각됐더라도 손 검사가 출석 조사를 미룰 명분은 사라졌다고 공수처는 기대하고 있다. 당초 손 검사가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출석을 압박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손 검사와 김웅 의원 등에 대한 조사가 빠르면 이번 주 내에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장심사에서 판사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손 검사 측 이상원 변호사 등 양측은 3시간 가까이 공방을 벌였다. 공수처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수사관들이 고발장 첨부자료인 판결문을 열람한 사실 등을 손 검사의 개입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손 검사 측은 공수처가 20일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조사 없이 23일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손 검사는 또 “나는 (윤 전 총장의) 지시 받고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공수처#고발사주 의혹#수사 차질#구속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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