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작계 물음에 ‘멈칫’…윤석열, 토론회 리스크 우려가 현실로?

  • 뉴스1
  • 입력 2021년 9월 27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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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2차 경선 제2차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1.9.23/뉴스1 © News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2차 경선 제2차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1.9.23/뉴스1 © News1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토론회 리스크’라는 늪에 빠진 모양새다. 앞선 토론회에서 대선 핵심 이슈인 안보 분야에 대한 준비 부족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내년 선거 최대 이슈로 꼽히는 ‘부동산’ 부분에서도 ‘주택청약’ 말실수로 여야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27일 야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전날 진행된 세 번째 TV토론회에서 안보 관련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해 논란이 됐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에게 “작전계획 5015(작계 5015)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고, 윤 전 총장은 “안다”고 답했다. 이어진 홍 의원의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채 “글쎄요, 한 번 설명해달라”고 답했고, “국가 남침이나 비상시에 발동되는 저거 아닌가? 작전계획(5015가)”이라는 엉뚱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홍 의원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전시 상황에서 하는 대북 계획”이라고 윤 전 총장 대답을 수정했다.

홍 의원은 작계 5015 발동 시 대통령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윤 전 총장은 “한미연합 작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과 먼저 통화하겠다”고 답했고, 홍 의원은 답답한 듯 “그건 미국 대통령과 이미 협의가 끝났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추가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입술을 굳게 닫았다.

윤 전 총장은 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내놓은 반응에 대해서는 “못 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홍 의원은 “모르면 넘어가겠다”며 “대통령이 되시려면 공부를 조금 더해야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안보는 대통령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특히 보수진영에서 안보는 주요 이슈로 꼽히는데, 윤 전 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안보에 대한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홍 의원은 토론회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작계 5015는 2016년 만들 당시부터 언론에 공개돼 일반화돼 있는 안보 상식”이라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또 “김여정 대남 협박 내용도 모르는 후보의 안보 무지는 놀랍다”면서 “어떻게 52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겁니까”라고 힐난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보는 대통령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분야”라며 “이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는 게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종전선언 이슈는 가장 뜨거운 쟁점인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은 앞선 두 차례 토론회에서도 논란을 낳았다. 지난 16일 치러진 첫 번째 토론회에서는 질문을 받은 후 ‘음’ ‘그’ ‘저’라며 다소 주춤거리는 모습이었고, 말이 늘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토론회를 두고 ‘신중한 모습’과 ‘토론회에 취약한 모습’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했다.

지난 23일 열린 두 번째 토론회에서는 ‘주택청약’을 두고 말실수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의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어봤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집이 없어서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이 답변이 논란이 됐다.

유 전 의원은 즉각 “집이 없으면 오히려 만들어봐야 한다”고 윤 전 총장 답변을 꼬집었다.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 것”(박주민 의원), “최소한의 객관적 현실조차 파악 못 하고 있다”(전용기 의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옛 권력자의 얘기처럼 황당”(강병원 최고위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윤 전 총장 측은 “30대 중반에 직업을 가졌고 부모님 댁에 살고 있었다”며 “주책청약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윤 전 총장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부동산 문제에 무심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발언은 서민의 체감도와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결점’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 차례 토론회를 통해 윤 전 총장의 ‘토론회’ 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한 토론회를 준비했는데 윤 전 총장 측은 경준위가 토론회를 개최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토론회에 거부감을 보였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세 차례 토론회를 보면 윤 전 총장이 토론회를 거부한 이유가 보인다”며 “후보 간 직접 비교가 가능한 토론회에서 정치 경험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0월8일 4명의 본경선 후보를 결정하는 2차 컷오프를 앞두고 3차례의 토론회를 더 진행한다. 정치권에서는 남은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이 더욱 고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평론가는 “토론회는 현장에서 태도 그리고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비전을 담은 콘텐츠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며 “세부적 주제로 토론이 진행된다면 윤 전 총장은 남은 토론회에서도 고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낮은 상황에서 정치경륜을 갖춘 당내 경쟁자들과 토론회에서 고전할 것이란 얘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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