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녹취파일 자체가 없어”… 尹측 “잘못 인정않고 발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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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윤석열 통화내용 녹취록 유출 의혹 논란
李 “구두로 전달된 내용이 문건화”, 尹 “국민의힘부터 공정-상식 갖춰야”
최재형 “논란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이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 유출 논란으로 번졌다. 이 대표는 “녹취록은 없다”고 밝혔지만, 윤 전 총장 측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맞서면서 양측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15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통화 녹취록이 정치권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파장이 일었다. 윤 전 총장은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이 당 대표 탄핵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12일 이 대표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고, 이후 두 사람의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 유포되고 있다는 의혹이다.

정치권에서 돌고 있는 녹취록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신지호 박사에게 어제 일을 아침에 단단하게 이야기했다”고 하자 이 대표는 “(캠프에) 싹 함구령 내려달라.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대표님과 저는 국민들이 볼 때 손잡고 가야 된다”고 하자 이 대표는 “캠프 구석까지 이러한 정서가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이 대표 측이 윤 전 총장과의 통화를 녹음한 뒤 녹취록을 작성해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직접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을 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자, 이 대표 측이 ‘진실공방’에 나서기 위해 녹취록까지 만들어 유포했다는 것.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오늘 나라를 걱정하시는 많은 분들로부터 전화도 받고 메시지도 받았다”며 “국민의힘부터 먼저 공정과 상식으로 단단하게 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정면으로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우회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캠프 참모들은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장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와의 통화를 녹음하고, 그 녹취록이 유출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런 사실이 없다는 발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유출되었다는 녹취 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60여 명 이상의 언론인들로부터 (통화 내용에 대한) 집중 취재가 들어왔고, 취재과정에서 언론인들에게 구두로 전달된 부분들이 정리돼 문건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날 이 대표 측은 “실무진 실수로 녹취록이 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파장이 더 커지자 아예 녹취록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나선 것.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모두를 성토했다. 최 전 원장은 “녹취록의 존부와 관련해 말이 엇갈리지만 이러한 논란이 있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며 “한강에서 싸워야 할 국민의힘이 낙동강에서 싸워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국민의힘#녹취파일#녹취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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