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취임 한 달 넘기고 리더십 위기?…높아지는 당내 갈등 수위

  • 뉴스1
  • 입력 2021년 7월 25일 0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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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2021.7.13/뉴스1 © News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2021.7.13/뉴스1 © News1
‘30대·0선’이라는 이력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에 당선돼 눈길을 모은 이준석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넘긴 시점에서 리더십 위기에 맞닥뜨린 모습이다.

공천 자격시험 도입과 여당 대표와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로 당내 반발을 겪은 이 대표는 최근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중진 의원들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반발은 지난 12일 이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한 직후 불거졌다.

양당 대표의 회동 이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는 양측 대변인의 발표가 나왔는데 이는 ‘전 국민 지급 반대’라는 기존 당론과 어긋난 것으로 판단돼 당내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 대표가 원내 구성원들과의 소통없이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젯밤 여야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합의를 했다”며 “이 대표는 원외 당 대표로서 국회의 권한인 추경 편성까지 당내 의견 수렴 없이 합의하는 월권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윤희숙 의원도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해놓고 당의 철학까지 마음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렵니까”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공약인 ‘선출직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도입 문제도 계속해서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민의힘은 공직후보자격 시험의 구체적 방안 마련을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하지만 그 명칭이 당초 취지와 달리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TF’로 결정됐고 명칭에서 ‘시험’이 빠진 이유로 당 지도부의 반발이 꼽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TF’를 제안했지만, 거의 전원이 반대해 ‘공직후보자 역량 강화 TF’를 설치하는 걸로 됐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1.6.30/뉴스1 © News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1.6.30/뉴스1 © News1
이 대표는 이에 “(후보자들의) 교육 기능과 나중에 평가 기능까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명칭 변경이 조금 있었다”면서도 “(지도부 간) 이견이 없을 순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이 대표의 태도를 두고 당내 중진 의원들이 이 대표를 향해 공세를 퍼붓고 이 대표도 이에 맞받아치며 갈등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입당 압박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그런 이 대표에게 ‘그러지 말라’며 집중포화를 가하고 이 대표는 이를 응수하며 당내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정진석 의원은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요인은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노회한 지도력도 있었지만 단 하나를 꼽으라면 그건 윤석열”이라며 “당내주자에 대해서만 지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등 쓸데없는 압박을 윤 전 총장에게 행사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에 이 대표는 “어떻게 당원과 국민이 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뤄낸 승리를 윤 전 총장에 의해 이뤄낸 승리라고 말하나”라며 “선을 넘었다”고 받아쳤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당내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 이 대표가 당원들의 목소리를 좀 더 경청할 필요도 있다는 당내 지적도 나온다.

당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20일 이 대표에 대해 “이슈를 다루는 부분에서 혼자 공격수처럼 골을 넣으려는 본능이 살아나던데 당 대표는 선수라기보다 감독에 가깝다”며 “당 대표의 무게에 맞는 안정감을 가져가려면 좀 더 다른 사람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세대교체와 변화를 상징하는 이 대표를 계속 흔드는 것이 당의 쇄신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변화를 상징하는 이 대표를 계속 흔들면 국민에게서 국민의힘의 쇄신 의지를 의심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24일) 정 의원을 포함해 이 대표를 비판한 권성동·장제원 등 중진 의원들을 향해 “당의 중진들은 튼튼하게 당에 뿌리를 박고 흔들림이 없어야지, 부유물처럼 떠돌아다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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