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직면한 북한, 17년 만에 유엔에 원조 요청 가능성 주목

뉴스1 입력 2021-07-15 11:23수정 2021-07-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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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News1 DB
북한이 식량과 의료시설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유엔에 최초로 보고한 의도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은 13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제출한 ‘자발적 국별 검토(Voluntary Nation Review·VNR)’에서 “2018년 생산량이 495만 톤(t)으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현재 자국 식량 사정을 상세히 기술했다.

VNR는 지난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회원국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현황을 자발적으로 평가·보고하는 제도로, 북한이 VNR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근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총 66쪽 분량의 보고서는 식량 자급 목표와 관련 “2019년에는 10년래 최고치였던 665만 톤을 생산했으나 지난해에는 552만 톤으로 감소했다”며 “주된 원인은 잇단 홍수와 태풍 등 자연 재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올해 곡물 700만 톤 생산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was not achieved)”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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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건분야에서는 의료인력, 제약기술 기반, 의료장비와 필수의약품 부족 등을 당면 과제로 지적하고 “백신과 의료 기기 공급이 국제 수준과 국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백신의 대부분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자인했다.

이러한 북한의 고백은 지난달 노동당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에 이어 또 한번 대내외에 식량난을 공식화한 의미가 있다.

이는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임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여름 수해 복구가 더딘 상황에서 올해 예상치 못한 무더위로 고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이번 VNR 보고서 제출은 미국 등의 대화 제안에는 침묵하면서 대외 빗장을 여전히 닫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선을 받고 있다.

VNR 보고서는 매년 유엔이 특정 국가를 지목해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나 의무 사항은 아니다. 그래서 북한도 이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인데, 올해 이례적으로 이를 제출하면서 “처음 제출”이라는 언급까지 내놓은 것이다.

북한이 그간 지속해온 정상국가화 행보의 일환으로 볼수도 있으나 내용과 최근 행보 등을 고려할 때 결국 이번 보고서는 대외 식량 지원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데 더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경봉쇄 장기화에 따라 중국의 지원까지 여의치 않게 되자 국제사회에 도움을 받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이 앞서 11일 강현철 국제경제 및 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개인 명의로 “인도적 지원은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되지 말아야 한다”라고 메시지를 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VNR 보고서 17번째 항목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에서 “자립 경제 발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대외 양자 및 다자 경제 관계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유엔에 직접 식량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95년 ‘고난의 행군’ 당시 유엔에 공식적으로 원조를 요청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낸 첫 원조 요청이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대대적 문책을 부른 ‘중대사건’ 역시 사실상 코로나19 방역 보다는 각종 후방 사업, 식량 사정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관영매체에 계속 등장하는 ‘고난의 행군’ 언급도 주목된다. 내부 식량 사정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북 지원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암시하는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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