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대화 촉구에 ‘잘못된 기대’ 찬물…양측 신경전 가열될 듯

뉴시스 입력 2021-06-22 14:52수정 2021-06-22 14:5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美도 대화, 대결에 모두 준비"…북미 대화 탐색전
유인책 언급 없어…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시각차
北, 코로나19로 국경 봉쇄내치 집중·북중 밀착
"대화보다 당분간 협상력 높이면 신경전 예상"
미국이 북한을 향해 조건 없이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한 데 대해 당장 북한이 ‘잘못된 기대’라고 일축해 북미 간 탐색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협상 재개 조건을 놓고 시각차가 존재하는 데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코로나19 극복과 식량난 극복, 민생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특히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대미 입장과 관련한 미국의 긍정적 평가에 대해 “미국이 스스로를 위안하는 해몽을 하고 있다”고 응수하면서 당분간 북미 간 신경전이 가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1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 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잇따라 한·미, 한·미·일 북핵 협의를 가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 재검토를 완료하고, 한미일 3국이 공식 북핵 협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대화와 대결을 모두 언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주목한다”며 “우리 역시 어느 쪽이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언급이 우리가 곧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김 대표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도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서 열려 있고,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며 “북한이 언제 어디서나 전제조건 없이 만날 수 있는 우리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를 계속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설명을 위한 미국의 접촉 제안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대미 정책 방향을 제시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며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 북한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미 대화 재개의 공이 사실상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북한은 일련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으며 대미 비난을 재개했다. 지난 19일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대표가 아직 국내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2일 담화에서 설리번 보좌관의 ‘흥미로운 신호’ 발언을 언급하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는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유인책을 공개하지 않은 채 전제조건 없이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결렬된 후 줄곧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 재개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새 대북 정책은 ‘잘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을 토대로 대화와 외교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협상 재개 전에 유인책을 제공하는데 회의적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지속적으로 준수할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 특히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북한이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을 다루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북한이 대표적인 적대시 정책으로 꼽고 있는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 또는 유예 여부를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정계 5당 대표와 오찬 간담회에서 “과거처럼 많은 병력이 대면 훈련을 하는 것은 여건상 어렵다”며 훈련 규모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미 접촉을 위한 북한 내부 상황도 녹록치 않다. 북한은 코로나19로 1년 넘게 국경을 폐쇄한 채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로 인한 식량난 극복과 민생 안정 등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이 중국과 밀착을 강화하면서 당분간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린 전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중국 인민일보는 각각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 명의로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기고문이 동시에 실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조중 우호협력조약’ 갱신이 이뤄지는 오는 7월11일을 전후로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중 또는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남북 협력사업이 북미 대화의 유인책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성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만나 “한국의 의미 있는 남북 간 대화와 협력 등 여러 관여 정책에 대해 미국은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김 대표는 통일부 차관과 고위급 양자 협의를 갖고 대북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기존 한미 워킹그룹 폐지에 합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워킹그룹은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문제를 다루기 위해 2018년 11월 꾸려졌지만 그간 미국이 대북 제재 면제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남북 협력 사업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북한 역시 남북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원인으로 워킹그룹을 꼽고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당연히 이런 것이 북한에 시그널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북미 상황에 대해 “장외 시그널전이라고 생각한다”며 “협상이 안에서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들어가기 전에 시그널을 던지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