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코 푼 휴지까지…軍간부들 뒤처리 ‘나몰라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6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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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사단 모 대대 병사가 ‘육대전’에 제보한 간부들의 식탁모습. 식사를 마친 뒤 휴지 등 각종 쓰레기와 잔반을 그대로 남겨둔 채 떠났다. 이를 병사들이 버리고 설거지하고 있는 것에 지친 병사가 도저히 못참겠다며  ‘간부 갑질’을 고발했다. (육대전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6사단 모 대대 병사가 ‘육대전’에 제보한 간부들의 식탁모습. 식사를 마친 뒤 휴지 등 각종 쓰레기와 잔반을 그대로 남겨둔 채 떠났다. 이를 병사들이 버리고 설거지하고 있는 것에 지친 병사가 도저히 못참겠다며 ‘간부 갑질’을 고발했다. (육대전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최근 군에서 성추행, 부실 급식, 폭행 등 폐습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군 간부들이 식사 후 뒤처리를 병사들에게 모두 떠맡기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5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6사단 소속이라고 밝힌 한 병사가 “군 간부들이 식당에서 식사 이후 식판에 남겨져 있는 잔반, 식기도구, 입을 닦거나 코를 푼 휴지, 이쑤시개, 음료 캔 등 뒷정리를 안 하고 그대로 취사병에게 방치해놓고 간다”고 주장했다. 부대 장병이 동일하게 이용하는 병영식당에서는 계급과 직책에 상관없이 잔반 분리, 쓰레기 수거 등 급식 후 뒤처리를 본인 스스로 하게끔 돼 있다. 하지만 제보 사진에는 “여러분 덕분에 가족과 부하들이 행복해합니다”라는 플래카드 아래 군 간부들이 치우지 않고 떠난 식판과 휴지, 이쑤시개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병사는 “도저히 못 참겠어 사진과 글을 제보한다”면서 “몇 번이나 건의해봤는데도 한번도 좋아진 적이 없다. 모든 간부들이 방관과 방치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변화가 필요하다. 아직 폭로하고 싶은 갑질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면서 “폭로하고 신고하면 보복당할까봐 겁나서 안 했다. 휴가가 잘리든 군기교육대를 며칠 가든 필요 없다”면서 도움을 호소했다. 게시글에는 “초등학생들도 급식 먹고 나면 잔반 버리고 스스로 식기 반납한다” “간부들이 장병 모범이 돼야 하는데 뭘 보고 배우겠냐” 등 비판 댓글이 2600개 이상 달렸다.

6사단은 이 제보에 대해 “사실로 확인됐다”며 “잔반 분리 등 급식 후 처리를 본인 스스로 하게끔 재강조 및 교육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일부일지라도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단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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