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준비에 나서면서 ‘올드보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국정운영 경험’을 앞세워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나경원 전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대선을 10개월 앞둔 시점까지 제1야당이 유력한 대권주자를 세우지 못하자, 외곽에 머물던 ‘옛 얼굴’이 재등장하는 모양새다. ‘올드보이의 귀환’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표정도 복잡해지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운영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야권에 많지 않다. 나는 법무부장관을 했고,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국정운영의 전반에 있어서 제대로 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운영으로부터 얻은 경험을 반드시 책임을 다하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생각은 어느 정도 정리됐으니 조만간 국민들 앞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도 ‘당권 도전’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정권교체까지 어떤 역할이든 해야 될 것”이라며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이만큼 키워주신 국민에 대한 보답도 아니다”라고 했다. 당대표와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에는 “다 열어놓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울산 남구)가 국민의힘 원내사령탑에 오르면서 나 전 의원의 입지도 커졌다. 수도권 출신의 나 전 의원의 ‘당권 호적수’로는 영남권의 주호영 전 원내대표(대구 수성구)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원내대표직에 영남권 인사가 배치되면서 나 전 의원이 ‘지역 안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여론조사기관 PNR이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1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조사’를 한 결과, 나 전 의원이 18%로 주 전 원내대표(13.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황 전 대표와 나 전 의원의 언행을 ‘정계 복귀’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무르자, ‘인물난’을 기회로 정계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달째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잠행하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국민의힘도 ‘올드보이의 귀환’을 복잡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두 인물이 행보를 본격화하면 대중의 이목을 끄는 ‘흥행 카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 영남당’ 비판이 거세져 중도층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경원, 홍준표, 황교안 등 옛 얼굴이 등판·복귀하면 대선국면에서의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국민의힘이 결국 수구보수정당으로 완전히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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