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고통스럽다’는 美…일본 편들기 아닌 중재 나설까

뉴스1 입력 2021-04-17 09:59수정 2021-04-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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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2021.4.15 © News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간의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올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를 상대로 한일관계 개선를 위한 중재를 시도했을지, 아니면 일본 측 입장에 좀 더 무게를 실어주는 언행을 보였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회담 하루 전인 15일 이번 회담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미일관계와 한미관계는 아주 강하고 안정적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그러나 현재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을 보는 건 우리에게 고통스러울 정도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한일 간의) 그런 정치적 긴장이 동북아시아에서 우리의 모든 역량을 발휘하는 걸 저해한다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상세히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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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는 일본 기업·정부를 상대로 한 우리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배상 판결 등 일련의 과거사 문제를 필두고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년째 갈등과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우리 법원의 징용피해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2019년 7월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전략물자 등의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OA·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들며 대응에 나서자, 일본 측은 ‘수출규제 관련 대화 재개’를 약속하고 실제 대화도 진행했지만 아직 규제조치를 원상태로 돌려놓지 않은 상태다.

그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독도가 자국 영토란 억지주장을 되풀이하는가 하면, 최근엔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 중인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대응과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한다는 ‘투 트랙’ 기조 아래 작년 하반기부터 대일관계 개선을 시도해왔으나, 오히려 일본 정부는 양국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징용 피해 등에 관한 우리 법원의 배상판결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우리 정부가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정부에 제공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해결됐다”는 게 일본 측의 주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엔 개입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 아래 다른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왔으나, 일본 측은 이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이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더 이상 한일관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 실현을 위한 ‘쿼드’(미·일·인도·호주) 협의체의 일원으로서 수개월째 밀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쿼드’ 또는 ‘쿼드 플러스’가 특정 국가, 즉 중국에 대한 배타적 모임으로 비치는 점을 우려해 ‘거리두기’를 해온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앞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과 관련해서도 “일본이 여러 선택지와 효과를 따져보고 투명하게 결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자력 안전 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네드 프라이스 대변인)는 입장을 내놔 ‘가까워진 미일관계’를 방증해주는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현재 공식적으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다.

스가 총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또한 내달 하순 미국으로 건너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 양 교수는 “우리나 일본 모두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각국 입장을 설명하고 도움을 구하겠지만, 문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반면 스가 총리는 올 10월 전 치러질 총선(중의원 선거)을 집권 자민당의 승리로 이끌고,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임기가 2024년 9월까지로 연장된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2025년 1월까지임을 감안할 때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방향 등에 변화가 올 수 있는 한국보다는 일본과의 관계 구축에 좀 더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15년엔 한일위안부합의 성사과정에도 ‘물밑’에서 관여했었다.

이런 가운데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관련 대응이나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일 3개국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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