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스펙’이 곧 대선 후보의 경쟁력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정 총리의 고민이 깊어진다. 단적으로 ‘2인자’인 총리 출신 중 대권을 거머쥔 사람은 없다. 이회창 전 총리가 대권에 가장 가까이 갔으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여권의 대선 주자 중 가장 앞서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스펙’으로 승부하기보다 개인기가 강점이다. 단적으로 정 총리와 이 지사는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자수성가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변호사 출신인 이 지사가 특유의 추진력과 거침없는 언변을 바탕으로 기초지자체장에 당선된 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기회로 삼아 성장한 ‘개성파’라면, 정 총리는 1995년 정계 입문 당시부터 지금까지 26년간 차곡차곡 정치 경력을 쌓아온 ‘정통파’다. ‘스펙’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 두 사람이다.
그러나 이 지사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조사한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3%를 기록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공동 1위를 차지했고, 정 총리는 1% 미만을 기록해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정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한 뒤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다면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곧바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경우 오히려 총리 재임 시절 차기 지도자 선호도 1위를 기록했고 이후 정치행보를 하는 동안 지지율이 떨어졌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전직 총리’라는 경력 자체도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각을 통할했던 입장에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뿐더러, 차기 주자로서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 총리로서는 총리직을 사임한 뒤에는 본인의 정치 경력을 내세우기보다는 본인의 대중적 매력이나 호감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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