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더 시급해졌다”…윤석열 비난 쏟아낸 與, 공수처 명분 쌓기에 주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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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판단을 부정하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도 무시하는 위험한 인식을 드러냈다”(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23일 오전 9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지도부 입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맹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전날(22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보여준 언행을 두고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분위기다. 다만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자진사퇴를 직접 요구하기 보다는 윤 총장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시급하다”며 명분 쌓기에 주력했다.

민주당이 26일로 못 박아 둔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 데드라인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번 국감을 명분 삼아 공수처 출범을 단독으로 밀어붙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26일까지 국민의힘이 야당 몫의 추천위원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27일 곧장 법사위 소위를 열어 공수처 모법 개정을 강행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 “윤석열 때문에라도 공수처 출범해야”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전례 없이 강한 어투로 윤 총장을 비난했다. “어제 대검 국감에서 나온 발언과 태도는 검찰개혁이 왜, 그리고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냈다”며 “민주적 통제가 더욱 절실해졌고 검찰 스스로 잘못을 고치기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공수처는 더 시급해졌다”며 “야당에 요청한 추천위원 제시 시한이 이제 사흘 남았다. 법사위는 그 이후 입법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은 국민 통제를 받지 않는 성역화된 권력기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해 노력하고 민주적 견제와 균형에 따라 검찰개혁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전날 윤 총장의 발언들이 대부분 정치적인데다 선을 넘었다”며 “공수처법 단독 처리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는데 어제 국감을 계기로 공수처를 조금이라도 빨리 출범해야 한다는 내부 기류가 강해졌다”고 했다.

● 윤 총장 향해 “민주주의 기본 원리 몰라” “안하무인” 원색 비난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민주당은 윤 총장을 향해 총공세에 나섰지만 윤 총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날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친 후엔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퇴임 뒤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하겠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괜히 여권에서 윤 총장 사퇴를 먼저 언급했다가 자칫 윤 총장의 ‘정치적 중량감’만 키워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민주주의 의식이 우려스럽다”면서 윤 총장이 예비 정치인으로서도 자질 없다는 주장을 부각시켰다. 황운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총장의 민낯을 본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얼마나 위험한 조직인지 실감했으리라고 본다”며 “조직 논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집단은 마피아 조직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법사위원인 신동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안하무인격의 태도”라며 “본인 의사에 맞지 않는다고 책상을 치고 끼어들기를 하고 심지어 질의자를 비웃거나 면박을 주기도 하더라”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의원들 앞에서도 저러는데 일반 국민들이 수사받을 땐 오죽했겠냐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실감했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정도면 청와대에서 자신을 잘라달라는 뜻 아닌가” “야권 후보로 정치하겠다는 것”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오지만 청와대가 윤 총장을 임명한 ‘원죄’가 있는 만큼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연일 충돌하는 것이 정국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수처부터 출범시킨 뒤 연말로 예상되는 다음 개각 때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동시에 물러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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