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년단체가 올린 가짜 난수방송이 왜 북한 유튜브 계정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0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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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평양. 564페이지 23번, 479페이지 -19번….”

29일 북한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 유튜브 계정에 난수(亂數)방송으로 보이는 음성 파일이 올라왔다. 난수방송으 북한이 남파 공작원들에 지령을 보낼 때 쓰는 쓰인다.

‘0100011001-001’이라는 제목의 1분 5초짜리 이 음성 파일에서 한 여성은 “친구들, 지금부터 710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정보기술 기초 복습 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694페이지 20번’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 조합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는 “지금까지 710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기초 복습 과제를 알려드렸습니다. 여기는 평양입니다”로 말로 방송을 끝냈다. 해당 영상은 이날 조회 수 1만 회를 넘겼으나 오후 7시 이전 돌연 삭제됐다.

하지만 이 음성 파일은 지난해 국내의 우파 성향 청년 단체인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의 내용과 똑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대협은 “라디오를 틀면 나오는 음산하고 이상한 소리가?…전대협 난수방송”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왜 이 음성 파일이 평양방송 유튜브 계정에 올라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킹을 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난수방송은 숫자와 문자와 기호 등을 조합해 만든 암호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에서 상호 비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뒤 난수방송을 중단했다가 16년 만인 2016년 6월 평양방송을 통해 재개했다. 올해 3월에도 평양방송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2차례 난수방송을 송출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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