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인·허가권 가진 서울시…“대통령 직접 언급 개발 협의”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21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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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골프장 부지 149.7㎡…서울 그린벨트의 1%
서울시 "태릉골프장 특수시설…개발 논의할 것"
서울시, 태릉골프장 내주고 99% 그린벨트 사수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태릉골프장을 향후 주택공급 후보지로 지목한 것과 관련, 서울시는 21일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생각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그린벨트에 해당하는 태릉골프장 개발에 대해 이 같은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서울시내 전체 그린벨트 지역에서 약 1% 밖에 되지 않은 이 지역을 내어주고 나머지 다른 곳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주택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태릉골프장 및 인근 부지는 국방부 단일 소유다. 또 일부 소수의 골프를 즐기는 분들만 활용하기 때문에 공공성도 떨어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직접 언급한 만큼 서울시에서도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생각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방법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지난 15일에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범정부TF를 구성했고, 이 자리에서 조응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그린벨트 해제)그런 것까지 포함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서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도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실무기획단 회의에서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그러면서 국토부는 먼저 태릉골프장 개발에 군불을 지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5일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정경두 국방부장관을 만나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골프장 개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태릉골프장 용지 활용방안에 대해 16일 ‘세부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없는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만 있었다’고 밝히며 태릉골프장 개발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서울시는 당초 태릉골프장 개발에 대해서도 완강하게 반대했다. 태릉골프장 역시 그린벨트 내에 있기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던 것이다.

다만 시장 궐위 상황에서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정부와 여당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주택공급 활성화라는 정부정책 기조에도 맞춰야 했기 때문에 무작정 ‘그린벨트 사수’만을 주장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는 그린벨트 내 태릉골프장을 개발할 수 있게 하면서 전체 그린벨트는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는 쪽으로 중지가 모아졌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은 약 83만㎡다. 태릉골프장 인근에 있는 육군사관학교 부지까지 합쳐도 149만7000㎡ 수준으로, 서울 지역 전체 그린벨트(1억4962만㎡)의 약 1%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 전체 그린벨트 중 1%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내놓으면서 나머지 99% 지역은 지켜낸 것이다.

또한 태릉골프장 부지는 국방부 단일 소유이기 때문에 개발에도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방부와 협의해 부지를 사들이면 주택공급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부지확보 문제가 해결된다.

지난 20일 문 대통령이 직접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점도 서울시가 태릉골프장 개발을 수용하는 명분이 됐다.
태릉골프장 개발이 진행되면 약 2만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40만㎡·9510가구),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62만㎡·1만2032가구) 등 대규모 단지와 노원구 인근 아파트의 용적률 등을 고려했을 때 2만여가구에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명수 리얼랜택스 대표는 “태릉골프장 면적하고 주변 아파트의 용적률 등을 고려했을 때 2만 가구 정도로 예상된다”며 “실제 건설 시 용적률, 고도제한 등의 규제 완화 내용에 따라 세부적인 공급 규모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헬리오시티, 둔촌주공 등과 면적을 비교했을 때 2만 가구 정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라며 “세부적으로 몇 가구 정도 공급할 수 있다는 구체적 예상치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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