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군 3종 세트, 中 저지용 무기로 출격한다 [웨펀]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 2020-06-06 11:24수정 2020-06-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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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해군력 건설 계획 발표한 필리핀,
한국산 방공호위함 초계함 잠수함 조달 가능성
필리핀은 방공호위함으로 우리나라 현대중공업의 2800t급 호위함인 호세 리잘급을 2척 구입한 바 있다.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필리핀은 한때 ‘아시아의 진주’로 불리던 부국이었다. 필리핀을 둘러싸고 있는 태평양과 남중국해의 풍부한 해양자원은 물론, 영토 곳곳에 금과 구리, 니켈, 크롬 같은 값나가는 자원이 널려 있고, 연중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지는 쌀, 바나나, 사탕수수 등을 대량으로 제공했다.

천혜의 자연 조건과 함께 스페인, 미국 등 서구 강대국의 식민 지배 기간에 현대화된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 많았던 필리핀은 1946년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뒤 한동안 번영을 구가했고, 6?25전쟁 중에는 연인원 7000명 넘는 병력을 보내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약한 선진국이었다.
미군 철수 이후 급변한 남중국해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 환초들을 인공섬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필리핀의 이 같은 번영은 1965년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권의 부정부패와 함께 막을 내렸다. 문제는 1980년대부터 급속도로 커진 반미 세력의 선동으로 1992년 미군이 전면 철수하면서 경제와 안보가 동시에 붕괴했다는 것이다.

1992년 철수 직전까지 필리핀 수빅에는 미 태평양함대의 핵심 전력인 제7함대가 자리하고 있었고 항공모함과 전함, 순양함, 핵잠수함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미 태평양함대의 핵심 기지가 있는 필리핀 주변 남중국해는 언제나 평화로웠다. 그러나 1992년 미군이 떠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군이 모두 나가자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필리핀 경제는 그야말로 회복 불가 상태까지 망가졌다. 남중국해 입구의 해군기지에서 미군이 나가자마자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 해군력을 보내 필리핀령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과 그 주변 암초들을 모조리 점령했다. 필리핀은 “국제법으로 해결하겠다”며 헤이그 상설국제사법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중국은 이를 비웃으며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 환초들을 아예 인공섬으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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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스프래틀리 군도는 물론, 필리핀 영해에도 중국 해군 군함과 해경 경비함이 들어와 티투섬 등 필리핀령 섬들을 오가는 필리핀 정부 관공선까지 나포했고, 중국 해상민병들은 곳곳에서 필리핀 선박을 상대로 약탈 행위를 일삼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발생한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 해상 뺑소니 사건은 필리핀 국민의 반중 감정을 결국 폭발시켰다. 중국 대형선박이 야간에 필리핀 영해에서 조업 중이던 필리핀 소형어선을 전속력으로 들이받아 침몰시킨 뒤 도주한 사건이었다. 필리핀 선원 22명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바다에서 죽기 직전 인근을 지나던 베트남 어선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리드뱅크 해상 뺑소니 사건
필리핀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군함은 2016년 한국에서 퇴역한 ‘충주함’을 받아와 이름을 바꾼 ‘콘라도 얍(BRP Conrado Yap)’이다.
이 사건 이후 필리핀에서는 중국의 해양 주권 침략에 대응하기 위한 해군력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줄타기 외교를 하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올해 초 중국을 겨냥한 대규모 군비 증강 구상을 발표했다.

필리핀 육군은 신형 경전차와 다연장로켓, 공격헬기, 초음속 대함미사일 도입을 확정했으며, 공군은 기존 한국산 FA-50 경전투기 12대와 함께 작전할 12대의 F-16급 전투기 도입 사업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해군력 증강인데, 2028년을 목표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의 대규모 해군력 건설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 필리핀 해군력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필리핀 해군에는 1000t 넘는 수상 전투함이 7척뿐이다. 최근 우리나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2척의 2800t급 호위함 ‘호세 리잘급(Jose Rizal class)’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예산 탓에 옵션이 없는 ‘깡통’으로 구매해 이들 호위함에는 대함미사일조차 달려 있지 않다.

필리핀 해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군함은 2016년 한국에서 퇴역한 ‘충주함’을 받아와 이름을 바꾼 ‘콘라도 얍(BRP Conrado Yap)’이다. 이 초계함은 필리핀 해군의 전투함 가운데 유일하게 함대함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나머지 4척 중 3척은 미 해안경비대가 30년가량 사용하고 넘겨준 노후 경비함이고, 다른 1척은 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해함으로 쓰다 넘겨준 배에 기관포를 달아 초계함으로 사용하고 있는 배다. 해군력이 이렇다 보니 필리핀은 자국 영해에서 중국 선박이 활개 쳐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중국을 겨냥한 ‘포스 믹스’ 구상
이 때문에 필리핀 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해군력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다. 극빈국 수준으로 추락한 필리핀 경제력으로는 1척에 수억 달러가 필요한 군함을 살 수 없었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에 퇴역 군함을 무상으로 공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미국이 3척의 3000t급 경비함을, 한국이 1척의 1200t급 초계함을 제공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한 중국 해군을 상대할 수 없었다. 이에 필리핀은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해군력 증강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이른바 ’포스 믹스(Force Mix)’ 구상이다.

포스 믹스 구상은 부족한 예산 상황을 감안해 소수의 고성능 전투함과 다수의 소형 고속전투함을 혼합함으로써 최대 효과를 거두겠다는 일종의 ‘하이로믹스’ 개념이다. 필리핀은 이 해군력 건설 계획에 1000억 페소, 우리 돈으로 약 2조4500억 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필리핀 언론은 정부가 이 같은 대규모 건함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가 ‘중국’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지 ‘원 뉴스(One News)’와 인터뷰한 필리핀 해군 고위 장성은 “이번 사업은 주변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군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 지역의 다른 어떤 나라로부터 어느 정도 존중받을 수 있는 정도, 남중국해에서 우리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군력 건설 목표를 설명했다. 우회적으로 표현했지만, 이 지역에서 필리핀의 해양 이권을 침해하는 나라가 중국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중국을 겨냥한 군비 증강 사업이라는 얘기다.

필리핀은 이 사업을 통해 총 6척의 방공호위함과 12척의 대잠초계함, 12척의 원양초계함(OPV), 3척의 잠수함, 4척의 전략수송선을 핵심 전력으로 하고, 40척의 초계정과 42척의 고속공격정(Fast attack craft)을 보조 전력으로 획득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원양초계함과 전략수송선은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가져갔다. 호주는 필리핀 정부에 원양초계함 건조를 위한 비용을 차관 형태로 제공하고, 필리핀 정부는 호주 업체가 보유한 필리핀 현지 조선소에 6척의 OPV를 발주하는 내용으로 3월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필리핀에 1만1500t급 도크형 상륙함 딸락급(Talac class) 2척을 인도했는데, 필리핀은 동급 2척을 추가 건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원양초계함과 전략수송선을 제외한 나머지 핵심 사업인 방공호위함과 초계함은 사실상 ‘Made in Korea’의 독주가 예상된다. 필리핀은 이미 방공호위함으로 현대중공업의 2800t급 호위함인 호세 리잘급 2척을 구입한 바 있는데, 필리핀 해군은 추가 4척 역시 호세 리잘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 리잘급을 척당 1800억 원에 구입한 필리핀은 수백억 원 규모의 추가 개량을 추진하고 있는데, 추가 4척을 모두 호세 리잘급으로 채운다면 국내 조선소는 약 1조 원 규모의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계함은 한국 해군의 퇴역 포항급 초계함을 개수해 가져오는 방안이 유력하다. 필리핀이 이미 1척을 받아간 콘라도 얍에 대한 필리핀 해군의 평가가 좋고, 필리핀 정부가 편성한 예산 범위에서 12척을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포항급뿐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한국 해군은 차기 호위함(FFG) 취역에 맞춰 2020년대 중반까지 포항급 초계함을 모두 퇴역시킬 예정인데, 퇴역 예정 함정의 수가 필리핀 해군이 요구한 초계함 소요 수인 12척과 정확히 일치한다. 필리핀은 한국 해군의 퇴역 함정인 충주함을 100달러에 구매해 400만 달러의 개조 비용을 들여 현재의 콘라도 얍으로 재취역시킨 바 있다.

우리 해군의 포항급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데, 필리핀이 퇴역 예정인 포항급 10여 척을 모두 구매하면 여기서도 수천만 달러 규모의 방산 수출이 기대된다.

그러나 가장 큰 사업은 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3척의 잠수함 도입이다. 필리핀은 최근 수빅에 잠수함 부대 주둔지를 지정하고 해외에서 3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구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필리핀이 관심을 보이는 잠수함은 프랑스 스콜펜급과 러시아 킬로급, 한국 장보고급 개량형이다.
3척의 잠수함 도입 사업
필리핀 해군은 인접한 말레이시아 해군도 도입한 프랑스 스콜펜급 잠수함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필리핀 정부는 1척에 최소 5억 달러(약 6061억5000만 원)가 넘고 유지비도 비싼 스콜펜급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른 대안인 러시아 킬로급은 최초 획득 비용은 싸지만 전체 수명 유지 비용이 후보군 가운데 가장 비싼 데다, 미국도 반대하는 옵션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1400t급 잠수함이 최근 부상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어뢰는 물론, 잠대함미사일 운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과 인도네시아 해군이 정숙성, 신뢰성을 인정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1척에 3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스콜펜급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필리핀이 방공호위함과 초계함, 잠수함 등 해군의 핵심 전력을 모두 한국에서 조달할 경우 이미 한국산 장비를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는 육군과 공군에 더해 3군이 모두 ‘Made in Korea’로 도배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과연 한국산 무기들은 필리핀에서 ‘방산 한류’ 대박을 이뤄낼 수 있을까.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4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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