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 양대전쟁’ 패한 한국당, 총사퇴-장외 집회 고강도 투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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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국회 통과]심재철 “분노 한데 모아 사퇴 결의”
10년 만에 총사퇴 카드 꺼내들어… 실제 사직처리 될 가능성은 낮아
의장석 둘러쌌던 한국당 물러나자 4+1, 일사천리로 표결 처리
홍준표 “목숨 건다더니… 한강 가라”

국회의장-한국당 의원들 몸싸움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이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문 의장이 발동한 질서유지권에 따라 투입된 국회 경위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회의장-한국당 의원들 몸싸움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이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문 의장이 발동한 질서유지권에 따라 투입된 국회 경위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수정안을 통과시키자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정 정당의 의원직 총사퇴 결의는 2009년 7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여당인 한나라당(옛 한국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총사퇴 카드를 꺼내든 후 10년 5개월 만이다. 물론 한국당 의원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본회의 표결을 통해 사직 처리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그만큼 내년 총선까지 강도 높은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앞서 한국당은 이날 무기명 투표로 이탈표를 유도해 공수처법의 부결을 기대했으나, 무기명 투표 자체가 무산되자 본회의장에서 무기력하게 퇴장했다.


○ 한국당, 10년 만의 ‘의원직 총사퇴’ 카드

한국당은 4+1이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을 통과시키는 동안 2시간의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직 총사퇴와 의원 전원 불출마 선언 등을 놓고 논의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분노를 한데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해야 한다는 데 이르렀다”며 “사퇴서를 직접 작성해 제출하기로 했고, (의총에 불참한 의원들을 제외하고) 일부는 (사퇴서를 원내지도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심 원내대표는 “사퇴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원내대표단, 당 지도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일단 사퇴서를 받아두고, 대여 압박 카드로 쓰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할 경우 임시회 중에는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의원 한 명씩 사직을 의결하게 돼 있다. 한국당 의원 108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108번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 하지만 문 의장의 재량으로 아예 사직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당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때부터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임박할 경우 대여 투쟁 수단으로 의원직 총사퇴를 고민해 왔다. 원외인 황교안 대표는 의원들의 총사퇴 논의에 대해 침통한 표정으로 듣기만 한 채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책임론 등은 불거지지 않았다.

한국당의 이날 총사퇴 결의 결정은 여권이 추진하는 양대 패스트트랙 법안이 마무리된 만큼 향후 ‘포스트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어떻게 하면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위헌 소지가 분명한 공수처법에 대해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여론전을 위해 내달 3일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국민대회’라는 대규모 광화문 장외집회에 나선다.


○ 한국당 허무한 퇴장… 본회의 개의 29분 만에 공수처법 ‘가결’

이날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의 운명은 앞서 진행한 무기명 투표 찬반 표결에서 사실상 허무하게 결판이 났다. 4+1 내부 이탈표를 기대한 한국당이 무기명 투표를 신청했지만, 투표 방식 찬반 표결에서 찬성 129명, 반대 155명, 기권 3명으로 범여권 표가 압도적이었다. 무기명 투표가 좌절되면 공수처법 표결 자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던 한국당은 표 대결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버렸다.

한국당의 퇴장으로 조용해진 본회의장에서 문 의장은 곧바로 ‘권은희 공수처안’을 상정했다. 재석 173명 중 찬성 12명, 반대 152명, 기권 9명으로 부결이었다. 뒤이어 상정한 4+1의 공수처법안은 재석 177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가뿐히 가결됐다. 본회의 시작 29분 만에, 한국당 퇴장 11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국당을 향해 “목숨 걸고 막는다고 공언하더니만 무기력하게 모두 줘 버렸다”며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죽어)라”고 했다.

막판 표심 이탈을 걱정했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표결을 앞두고 일부 독소조항을 우려하는 4+1 내의 이탈을 막기 위해 추가 합의문을 작성하며 공조체제를 재확인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페이스북에 “아, 20년이여. 노무현 대통령님, 문재인 대통령님, 위대한 민주국민이여”라고 자축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강성휘·이지훈 기자
#4+1 협의체#패스트트랙#공수처 설치법#자유한국당#의원 총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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