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장 “하루에도 열두 번 죽어…허깨비만 남고 알맹이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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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7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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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공직 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2019.12.27/뉴스1 © News1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공직 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2019.12.27/뉴스1 © News1
“문희상은 하루에도 12번씩 죽습니다. 이미 죽었습니다. 허깨비만 남고 알맹이는 다 죽었어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반발하며 ‘문희상은 죽었다’고 외치자, 문 의장이 이에 맞받아치며 한 말이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본회의장에서 처음 재현된 ‘동물국회’의 한 단면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이날 오후 2시55분쯤부터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에 나섰다.

연단에는 ‘헌법파괴 연동형 선거법 절대 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의장석을 향하는 통로에는 ‘민주주의는 죽었다’ ‘대한민국을 밟고 가라’ 등의 현수막이 깔렸다. 이로 인해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한 시간 넘게 지연됐다.

오후 4시32분, 문 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들은 인간띠를 만들어 문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막았다. 한국당 의원들의 육탄방어에 문 의장은 본회의장 입장 9분 만에 의장석 진입을 포기하고 국무위원석으로 내려왔다.

그러는 사이 한국당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신경전은 거세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도 조국이다”고 소리쳤고,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방해 징역5년”을 외쳤다. 국회 회의 진행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국회법 166조를 언급한 것이다.

문 의장은 40여분 정도 숨을 돌린 뒤, 오후 5시29분부터 다시 의장석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 방호과 직원들도 동원됐다.

문 의장의 진입을 막는 한국당 의원들과 방호과 직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소 의원들의 방어가 허술했던 반대쪽 통로부터 뚫리기 시작했고, 결국 문 의장은 오후 5시35분 의장석에 착석했다.

문 의장은 ‘독재가 시작되었다’, ‘민주주의는 죽었다’ 등이 적힌 종이를 내던지는 한국당 의원들을 뒤로 한 채, 오후 5시40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선거법 개정안의 표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후 5시45분, 선거법 개정안의 가결이 선포되자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원천무효”를 외쳤다.

이후 임시국회 회기결정의 건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한 민생법안에 대한 의결 절차가 진행됐다.

민생법안에 대한 표결을 거부하며 연단에서의 농성을 이어가던 한국당 의원들이었지만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규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 만큼은 달랐다.

경북 지역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표결에 참석해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일부 의원들은 포항지진 특별법의 가결을 알리는 전광판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오후 6시5분쯤 이른바 ‘소부장특별법’으로 불리는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까지 6개의 민생법안들이 모두 통과되자 한국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의장석 점거에 나선 지 3시간 10분 만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는 20건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부수법안들을 처리한 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의 전원위원회 실시 여부에 대한 교섭단체 회의를 위해 오후 7시25분쯤 정회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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