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필리버스터에 결국 멈춰선 국회…민식이법 발목 잡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9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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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 직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꺼내든 건 남은 정기국회 일정을 마비시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있는 선거법 개정안과 사법개혁 법안의 처리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 공조해 선거법 개정안 등을 밀어붙이려던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 본회의를 무산시켰다. 결국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 속에 ‘민식이법(어린이 생명안전 법안) 등 애꿎은 민생법안들만 다시 발목이 잡혔다.

이날 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의원을 시작으로 의원 1명당 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가 시작된다는 가정 아래 정기국회 종료일인 다음달 10일까지 약 270시간 안팎을 필리버스터로 끈다는 계획이었다. 우선 199개 안건에 대해 먼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선거법 개정안 및 공수처 설치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는 임시국회에서 추가로 신청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불 필리버스터‘를 고민하던 민주당은 결국 본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은 “맞불 필리버스터를 통해 여론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냈지만 당 지도부는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 의원들을 설득해 필리버스터 종결동의 투표를 하더라도 24시간 이후부터 표결이 가능하다”며 “본회의가 열리면 필리버스터는 무조건 시작되는 구조”라고 했다.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은 본회의 의결정족수가 채워지길 기다리겠다며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법안 처리 지연 소식에 9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과속차량에 치어 숨진 김민식(당시 9세) 군 부모 등은 국회를 찾아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식이 부모는 “우리 민식이가 왜 그들(정치인)의 협상 카드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을 2번 죽였다. 그게 사람으로서 할 짓이냐. 그게 국회의원이냐”고 오열했다.

뒤늦게 여론 악화를 우려한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안건 중에 민식이법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문희상 의장에게 민식이법부터 우선 처리하고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본회의를 열지 않고 있는 의장과 민주당이 민식이법 처리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국회 일정의 재개 여부는 3당 원내대표의 합의에 달렸다. 한민수 국회대변인은 이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회동을 마친 뒤 “문 의장은 원내대표들이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말도 아닌 상황이라 말을 않겠다”고 했고 나 원내대표는 “다음 본회의 일정은 좀 더 숙의해보겠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 신청한 것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한국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힘으로 밀어붙인 집권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양당을 모두 비판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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