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기회냐 위기냐, 美가 결정해야”…‘비핵화’ 언급없이 美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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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사진출처-뉴시스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사진출처-뉴시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본부에서 가진 제74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미국에 대해 ‘새 계산법’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김 대사는 이날 9분간의 연설에서 북미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가질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 보고 미국 측과 마주 앉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를 표시했다”며 “조미협상이 기회의 창으로 되는가, 아니면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로 되는가는 미국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주장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 의지는 확고부동하다”고 언급했지만 김 대사는 이날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대북 제재 주체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비난하고 북한 비핵화 협상 교착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돌리는 데 연설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싱가포르) 조미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조미 관계가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조선반도 정세가 긴장격회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면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데 기인한다”는 주장했다.

또 “불과 한 해 전 북과 남, 온 겨레와 국제사회를 크게 격동시킨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은 오늘 이행단계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고 돌아앉아서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을 강행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의 이중적 행태에서 기인한다”고 비난했다.

김성 대사는 “세계평화와 안전의 중대한 사명을 지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적 정의는 안중에도 없이 특정국가의 전략적 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 선택적인 나라에 대한 제재 압박과 제도 전복까지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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