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무산돼 회견 열겠다” 불쑥 밀어붙인 ‘일방적 해명 간담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일 2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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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전 제수씨 제외하고) 부인, 딸, 모친 증인 채택 모두 양보할 테니 법대로 인사청문회 하자.”(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전 10시 50분)

“한국당에서 오늘과 내일은 안 된다 하니 청문회 못 한다.”(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송기헌 의원·오전 11시 15분)

“청문회가 열리길 기다렸는데 무산돼서 아쉽다. 국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오전 11시 45분)

2일 오후 3시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이렇게 전격적으로 현실화됐다. 조 후보자의 입장 표명 후 약 3시간 만이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오전 11시 56분 “조 후보자가 국민께 소상히 밝힐 기회를 요청했고, 오늘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이날 오전 한국당은 “가족 증인을 양보하겠다”며 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청문회 일정을 더 미룰 순 없다”며 맞섰다. 합의가 결렬되자 조 후보자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간담회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출입기자단에 간담회 및 생중계를 제안했다. 하지만 급하게 자리가 마련되는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의원처럼 자료 요청 권한이 없는 언론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조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사는 민주당의 제안에 “오후 3시는 촉박하다. 질의 자료 마련 등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며 부정적 의견을 전했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부겸 의원도 “왜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하느냐”고 했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간담회 소식이 전해지자 “인사청문회를 회피하고 국회를 기습 침략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주권자 권리에 대한 명백한 테러”라며 “특권과 반칙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국회를 후보자의 일방적인 변명, 기만, 선동의 장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간담회 중 “민주당과 (간담회에 대한) 사전 교감은 없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민주당 말고 어디에 하겠냐”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간담회가 열린 만큼 여야 간 청문회 개최 합의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 이상 청문회 일정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자회견으로 국민께 직접 판단을 요구하는 자리”라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간담회까지 한 마당에 증인 채택도 없이 청문회를 할 경우 조 후보자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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