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공유, 北과 비핵화협상 실패 대비한 ‘플랜B’… 中-러도 견제 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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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기관 “한일과 핵공유 필요” 파장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NDU)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일 양국과의 핵공유를 제안하고 나서 북한의 도발 재개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의 안보전략을 연구하고, 국방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대표적 군 싱크탱크의 주장인 만큼 실제 정책으로 수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 기관이 발표한 북한 정권 붕괴 파장과 북 대량살상무기(WMD)의 군사적 제거 방안 등에 대한 보고서도 관련정책에 반영됐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보고서에 제시된 한일과의 ‘핵공유(Nuclear Sharing) 협정’은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적용되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 등 5개 동맹국의 미군 기지에 B-61 전술핵탄두 150∼200여 기를 배치하고, 유사시 해당국 전투기로 투하하는 게 핵심이다.

핵탄두 소유권은 미국이 갖고 있어서 5개국은 비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는 구조다. 핵탄두를 실전 태세로 전환하는 ‘최종 승인코드’는 미국이 통제하고, 5개국이 탑재 및 투발수단(전투기)을 제공해 ‘사실상 50%’의 사용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한국, 일본과의 핵공유 협정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하고 북한 도발을 사전에 억제토록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나토식 핵 공유를 그대로 모방(mirror)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일 양국에 전술핵의 ‘공동 사용권’은 주되 핵폭탄의 투하도 미국이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 소식통은 “남북 간 엄청난 재래식 전력이 대치 중이고, 핵까지 보유한 북한 위협을 고려해 비상시 전술핵의 실전 사용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산하기관이 한일과의 핵공유 협정을 제안한 것은 북한의 핵능력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방증인 동시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실패를 상정한 ‘플랜 B’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로 다량의 핵탄두와 미 본토까지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군사적으로 일시에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핵(核)을 핵으로’ 억지하는 현실적 대안이 부상할 수밖에 없고, 거점 도시를 초토화하는 핵탑재 ICBM과 같은 전략핵보다는 전선(戰線)에서 적을 무력화시키는 전술핵에 대헤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는 것.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핵 위협에 대처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핵전력 증강 상쇄 및 역내 영향력 차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전략폭격기, 핵 항공모함 전개 등 핵우산 전력 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내년 11월 재선 도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는 백인 지지층을 공략할 호재가 될 수도 있다. 한국 등 역내 동맹국의 핵무장론을 잠재우고, ‘전술핵 공동 사용’에 따른 핵탄두의 운영 관리비용도 해당국과 분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도 크다. 핵공유는 결국 핵을 재반입하는 것이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9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극심한 국론 분열과 동맹 균열 등을 초래할 개연성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방위적 압박에 나설 것이고, 러시아도 이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미국 국방부#한일 핵공유 협정#북한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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