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같은 회의실에 테이블 2개 덜렁… 日, 한국 홀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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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이후 첫 실무회의
日, 한국 대표 들어와도 정면응시, 악수-명함 교환 않고 340분 회의
韓 ‘협의’에 日 ‘설명회’로 격 낮춰… 日 “北 밀반출 의미는 아냐” 발빼

日대표 정장 안입고 노타이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 앞줄),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12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청사에서 최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 관련 실무회의를 앞두고 일본 경제산업성 이와마쓰 준(왼쪽앞줄) 무역관리과장,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굳은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다. 도쿄=공동취재단
日대표 정장 안입고 노타이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 앞줄),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12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청사에서 최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 관련 실무회의를 앞두고 일본 경제산업성 이와마쓰 준(왼쪽앞줄) 무역관리과장,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굳은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다. 도쿄=공동취재단
12일 일본 도쿄(東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

화이트보드 앞에 일반 사무용 테이블 2개가 붙어 있었다. 회의 참석자 이름표는 없었다. 바닥에는 정리되지 않은 전선이 튀어나와 있었고, 곳곳에 파손된 의자나 책상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평소 창고로 사용되는 장소로 보였다.

한일 정부 과장급 대표 4명은 이곳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첫 실무회의를 열었다. 양국 국민의 관심이 쏠린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의 의도적인 ‘홀대’가 감지됐다.

화이트보드에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한국은 양국 간 ‘협의’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일본 측은 자신들의 조치를 한국에 ‘설명’하는 자리일 뿐이라고 격을 낮추고 있다.

오후 1시 57분경 일본 측 대표인 경산성의 이와마쓰 준(巖松潤)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들어왔다. 양복 상의를 입지 않았고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이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들어왔지만 서로 악수를 하거나 명함을 교환하지 않았다. 한일 정부 대표들이 말없이 상대방을 쳐다보는 어색한 광경이 1분간 이어졌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비공개 회의는 오후 7시 40분에 끝났다. 일본 측은 “한국의 무역관리에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돼 국내 운용을 수정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다만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이냐’는 우리 측 질문에 대해 “언론에 나오는 것과 달리 북한을 비롯한 제3국으로 수출됐다는 의미가 아니며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은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해 일본이 요구하는 90일의 수출서류 심사 기간을 단축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장급 추가 협의를 추진하자는 의사도 전했다. 산업부는 “(백색국가 제외 의견수렴 기간인) 이달 24일 이전에 양국 수출 통제 당국자 간 회의 개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일본 경제보복#수출 규제#한일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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