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3당 ‘공조 파탄’ 위협에…정개특위원장 놓고 신중해진 與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2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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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개혁 관련 야3당 대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7.2/뉴스1 © News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개혁 관련 야3당 대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7.2/뉴스1 © News1
정치개혁·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한층 깊어졌다. 내부적으로 논의를 이어가던 중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의 거센 압박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민주당에 힘을 보탠 야3당이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촉구하면서 민주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이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을 교체하라는 한국당의 집요한 떼쓰기에 굴복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한 차례 연장된 특위 활동 시한인 8월 말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넘겨준다면 더 이상 야3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며 공조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또한 “한국당의 떼쓰기, 발목잡기에 흔들려 이제까지 이어온 야3당 개혁 공조를 놓을 것인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실히 처리할 것인지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에서 각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 수를 배분하는 제도로, 한국당은 이를 반대하며 비례대표제를 아예 폐지하고 의원 정수를 줄이는 법안을 앞서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4월 야3당과 ‘4당 공조’ 체제를 구축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스트랙에 올렸다.

그러나 지난달 말 민주당이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위해 타결한 ‘원포인트’ 합의로 4당 공조에 금이 갔다. 민주당이 정의당 소속 심상정 의원이 맡아 온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장직을 한국당과 1개씩 맡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사전 교감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상황이다.

특히 야3당은 민주당이 정부의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장직을 챙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선거구 감소가 불가피한 선거법 개정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한국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가져갔다는 핑계로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란 의심에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9.6.28/뉴스1 © News1
나경원 자유한국당(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9.6.28/뉴스1 © News1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도 “선거법이 ‘게임의 룰’이라 한국당이 언제든 같이 얘기할 수 있고 최대한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번 (이전부터)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우군이었던 야3당의 압박으로 정개·사개특위 사이에서 고민하는 민주당은 더욱 신중해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상반된 의견이 맞서 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개특위를 선호하는 쪽은 정부의 사활을 건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집권여당이 힘을 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개특위는 10월까지 활동하는 사개특위와 달리 8월 말 시한이 종료돼 민주당이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향후 패스트트랙 법안 등의 본회의 처리에 있어 4당 공조 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 또한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사개특위 위원장을 저희가 포기한다고 해도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법안과 관련해서는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시선은 이번주 열릴 예정인 민주당의 의원총회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의원총회는 오는 4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합리적인 판단하에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선택하더라도 야3당의 압박에 못이겼다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개특위 소속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의당이) 민주당이 좌고우면 하는 것처럼 공격하는 것은 황당하다”며 “협상의 역사와 정당성에 의거해 정개특위로 결론을 내더라도 마치 (야3당에) 떠밀려서 하는 것처럼 보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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