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서훈’ 만찬 논란 격화…“사적만남” vs “총선개입”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7일 2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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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연구원장-국정원장, 21일 비공개 만찬 회동
양정철 "사적인 모임…민감한 대화 없었다"
민주당도 "사적인 만남일 뿐" 의미 축소
한국당 "부적절한 만남…국정원, 총선개입 본격화"
바른미래당 "정치개입 여지…정보위 열어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양정철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최근 비공개로 만찬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27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정권 ‘실세’로 불리는 양 원장이 국가 정보기관 수장을 만난 것을 두고 야당이 국정원의 총선 개입 여지가 있다며 맹공에 나선 것이다.

당사자인 양 원장과 민주당은 “사적인 모임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최근 양 원장의 광폭 행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양 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정식 집에서 서 원장을 만나 4시간여 동안 저녁을 함께 했다.

지난 14일 당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한 양 원장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어서 정치권에서는 현직 국정원장과 회동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양 원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당일 만찬이 서 원장과의 독대가 아니었고 귀국 인사를 겸해 지인들과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였을 뿐이며 민감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이었다”며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에서부터 전철 한 시간, 식당 잠복 서너 시간을 몰래 따라 다니며 뭘 알고자 한 것이냐. 추구하고자 한 공적 이익은 무엇이냐”며 “기자정신과 파파라치 황색 저널리즘은 다르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양 원장의 처신이 부적절하는 비판과 함께 국정원이 총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법에 정해져 있는 업무 이외의 외부 개입도 금지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이것이 총선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당대표 주재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민감한 정보가 모이는 국정원 수장과 집권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이 만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부적절하다”면서 “당내 충성 경쟁이라도 시키려고 공천 실세와 정보 실세가 만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국가 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두 사람 간 회동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도라는 보다 선명한 주장을 내놓았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국정원장이란 사람이 본분을 망각한 채 여당 총선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안중에는 오로지 선거밖에 없는 정권”이라며 “양 원장은 정보기관을 총선에 끌어들이려는 음습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서 원장도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도 과거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례를 상기시키며 국회 정보위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이 장시간 독대한 것만으로도 정치개입 의혹이 충분하다”며 “정보위를 즉각 개최하도록 해서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서 원장은 정보위에 즉각 출석해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현직 국정원장이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을 오랜 시간 만나 밀담을 주고받는 것이 과연 적절한 처신인가. 무려 4시간 넘도록 무슨 이유로 만나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적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두 사람 간 만남의 의미를 축소하려 애쓰는 모양새다. 오히려 야당이 이를 지나치게 문제 삼으며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현안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장이 밥을 먹는다고 다 공적인 것은 아니잖나. 만약 자신의 권한을 활용해 민주연구원장이나 연구원 활동을 지원했다면 그것은 법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양 원장이) 오랫동안 외국에 있다가 국내에 왔으니 한번 만난 것 아니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밥 먹은 것을 갖고 정치개입을 했다거나 권한을 넘는 부당한 것을 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야당의 공세를) 방어할 이유도 없고 말 할 가치도 없다. 그냥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적인 모임이라면 민주연구원장이 남북관계나 북한 등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사적인 만남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양 원장이 지난 2년 간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다가 활동을 시작했으니 축하나 격려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야당은) 그것을 갖고 문제를 못 삼아서 안달이냐”며 “그럼 국정원장원은 국정원 직원만 만나야 하냐. (국정원의) 정치적 독립은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 사람끼리 만나는 것을 너무 이상하게 보지 말라”고 했다.

청와대도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 개입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양 원장이 지난 16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독대하는 등 광폭 행보로 주목을 받던 중이어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런저런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그가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백의종군을 택했다가 정치에 복귀한지 일주일 만에, 그것도 공교롭게 과거 정치 개입으로 문제가 됐던 국정원의 수장을 만난 것이어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양 원장이 서 원장을 만난 날은 민주연구원 주최로 ‘사회적 경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린 날이었다. 양 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민주연구원 행사였지만 그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에는 현직 국정원장을 만난 것이어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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