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숙제 끝낸 조국 ‘출구 트랙’으로?… 퇴진 임박설 솔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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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내 5월중 사퇴설 확산


“이제 물러날 최적의 시점이 됐다는 데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의견을 모은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1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사진)의 거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 여권에서는 “조 수석의 사퇴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5월 내 사퇴로 시점이 정해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조 수석의 사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조 수석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온 공수처 설치의 기본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그간 인사 검증 부실 논란 등으로 야당이 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할 때 “이렇게는 못 내보낸다”고 했다. 구체적인 성과를 가지고 조 수석이 퇴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명분인데, 공수처 설치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그 성과물이 마련된 것이다. 조 수석은 그간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국가정보원법 개정, 자치경찰제 실시가 민정수석으로 일하는 이유”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고,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나머지 세 항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공수처 설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지만 최장 330일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주요 쟁점들이 대거 빠지거나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조 수석의 ‘5월 퇴진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후속 논의가 난항을 겪기 전 스포트라이트의 정점에서 조 수석이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다. 당장 검찰은 이날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조 수석의 거취가 꽉 막힌 여야 대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의 투쟁 열기가 한풀 꺾일 때쯤 조 수석의 거취 변화를 구실로 여야가 마주 앉을 수 있다”며 “청와대와 여당은 ‘조 수석이 공수처라는 성과를 거두고 퇴임했다’고 설명하고, 야당은 ‘줄기찬 야당의 사퇴 요구로 조 수석이 물러났다’며 홍보하는 식으로 각자 해석하면 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조 수석은 사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갖고 있는 역대 최장 민정수석 근무 기록(2년 4개월)을 깨면 불충”이라고 해왔다. 근무 2년 4개월이 되는 올해 9월 전에는 물러나겠다는 의미다.

물론 조 수석 거취의 결정권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조 수석은 비서실장 배석 없이 대통령 독대 보고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참모일 정도로 문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조 수석의 거취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았다”면서도 “6, 7월로 예상되는 총선 출마 예상자 참모들의 인사 시점에 조 수석이 함께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 수석이 만약 사퇴한다면 ‘고별 세리머니’ 방법에 따라 향후 행보를 읽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는 “문 대통령이 임종석 전 비서실장처럼 조 수석이 별도의 행사를 갖고 떠나게 한다면 내년 총선에 출마하거나, 핵심 거점인 PK(부산경남) 지역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히 떠난 다른 참모들과 달리 1월 사퇴한 임 전 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언론 앞에서 후임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경질이 아니다’란 메시지를 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세 사람을 홍보한 것이다. 조 수석의 거취 변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권에서는 이미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도 시작됐다.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1순위로 꼽히는 가운데, 감사원 출신 인사가 후임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근형 noel@donga.com·강성휘 기자
#조국 민정수석#공수처 설치#패스트트랙 지정#5월 퇴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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