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루’ 국회에 또 등장…민주당·한국당 서로 ‘네 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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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6일 1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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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인 26일 새벽, 국회에 일명 ‘빠루’가 등장해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빠루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굵고 큰 못을 뽑을 때나 갈라진 틈을 벌리는데 쓰는 연장의 속칭으로, 쇠지레의 한쪽 끝이 노루발 처럼 생겼다고 해서 노루발못뽑이로도 불린다. 영어로는 크로바(Crow Bar) 또는 프라이바(Pry Bar)등으로 불리는데 Bar의 일본식 발음 바루(バール)에서 명칭이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현장에서는 일본식 용어가 많이 쓰인다.

빠루는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2012) 되기 전 회의실 안에서 걸어 잠근 문을 열기 위해 자주 쓰던 연장이다. 국회 여야 충돌의 상징과도 같은 이 물건이 오랜만에 국회에 등장한 것이다.

이날 새벽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개최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빠루가 등장했다.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회의실 문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걸어 잠근 상태에서 문앞에서는 여야 의원 및 당직자들간의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오전 2시 25분쯤 빠루와 망치가 등장한 것이다. 이로인해 의안과 회의실 문이 심하게 훼손됐다.

한국당은 이에 대해 "빠루를 앞세워 국회법이 정한 모든 절차를 부숴버렸다"고 민주당을 비판했고, 민주당은 "경호권 발동에 따른 국회 차원의 조치로 당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훼손된 문 앞에서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제 뒤로 보이는 게 민주당 사람들이 빠루로 두들겨 부순 의안과 출입문이다. 국회 기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수는 이들의 모습에서 섬뜩한 살기 같은 걸 느꼈다"고 전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오전 의원총회에서 "빠루와 도끼, 망치를 앞세워 국회의사당을 부수고, 오래 지켜온 관행들을 부수고,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부수고, 마지막으로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2중대, 3중대 세력과의 싸움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문자 공지를 통해 "충돌 당시 국회 내 회의실 문을 열기 위해 망치 등 도구가 사용되었던 것은 한국당의 불법적 회의 방해로 인해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 등 국회 절차에 따라 국회 방호과 직원들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면서 "민주당 당직자나 관계자는 일절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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