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민 목소리 대변해야 신문 존경받아…동반자 돼달라”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4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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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억압하는 정치권력 없어…그래도 언론 신뢰 안 높아져"
"진실·공정·균형보도 등 신문이 극복해야 할 대내외적 도전 여전"
"신문, 국민과 역사 질곡 헤쳐와…포용국가 동반자 돼 주길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신문은 존경받는다”며 언론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이렇게 밝힌 뒤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 설정은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럴 때 국민의 이익이 커지고, 대한민국이 강해진다”며 “신문과 신문인이 언론의 사명을 잊지않고 스스로 혁신해 나간다면, 국민의 신뢰와 사랑 역시 변치않고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문을 생각하면 처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며 “이른 아침 아직 잉크 냄새가 나는 신문을 집어드는 것은 그날그날의 세상 소식을 처음 만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신문은 또한 민주주의의 처음”이라며 “영국 명예혁명에서 인류는 처음으로 언론의 자유를 쟁취했다. 언론의 자유를 통해 민주주의, 인권, 정의, 평화가 커갈 수 있었다”고 신문의 순기능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서 신문은 새로운 시대를 만나는 일이었다”며 “서재필 선생이 발간한 최초의 민간신문 독립신문은 120여 년 전 처음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여성의 권리를 내세웠고, 더 많은 국민이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발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1독립운동 당일 발행된 ‘조선독립신문’ 1호는 독립선언 발표 소식을 국민께 처음 전했으며, 3월 3일 제2호에서는 ‘국민대회’를 열어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대통령을 선출할 것이라고 알렸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1919년 8월 21일 기관지 ‘독립신문’을 내고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소식을 국민께 알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936년 손기정 선수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지웠던 동아일보 사진, 1960년 부산일보 허종 기자가 촬영한 김주열 열사의 사진을 소개하며 각각 식민치하와 4·19혁명에 미쳤던 신문의 파급력을 언급했다.

또 1980년 5월20일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공동사표 사건을 소개한 문 대통령은 “독재와 검열의 시대에 보여준 신문인의 용기있는 행동은 고립된 광주시민에게 뜨거운 위로와 격려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촛불혁명 역시 우리 신문들의 보도를 통해 가장 평화롭고 민주적인 혁명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며 “모두 신문과 보도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다.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다시 높아지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실한 보도, 공정한 보도, 균형있는 보도를 위해 신문이 극복해야 할 대내외적 도전도 여전하다”며 자유·신뢰·공정을 도전 과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로 인정받는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PFI)에서 한국은 2006년 31위를 기록했지만, 2009년 69위, 2016년 70위로 추락했다”며 국내 언론자유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63위, 2018년 43위로 다시 회복하고 있지만, 정치권력 외에도 언론자본과 광고자본, 사회적 편견, 국민을 나누는 진영논리, 속보 경쟁 등 기자의 양심과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들이 아직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 신문이 되고 방송이 되는 시대다. 언론이 보도하고 독자가 읽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며 “나날이 발전하는 정보통신 환경은 정보의 유통속도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여줬지만, 동시에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신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모바일로 뉴스를 접할 정도로 뉴스를 보기 위해 신문을 펴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켜는 것이 익숙한 세상”이라며 “신문사 입장에서는 누가 먼저 보도했는지, 어느 신문사의 클릭 수가 많은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 깊이 없는 보도가 많아지고 완성되지 않은 기사가 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공정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 언론의 현실을 짚었다.

문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저는 신문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심의 자유는 언론 자유의 토대다. 신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언론인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누릴 때, 신문도 본연의 사명을 다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우리 신문이 국민과 함께 역사의 질곡을 헤쳐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혁신적 포용국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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