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과 달리 부드러워진 이해찬… ‘TK 파고들기 전략’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野대표땐 “패악무도 정권 끝장내자”, 강성노선으로 보수정권과 충돌
이번엔 첫날부터 유연한 행보, 29일 구미行… TK교두보 확보 겨냥
개헌-선거구제 개편도 염두 둔듯… 9월 1일엔 봉하마을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사진)가 취임하자마자 ‘20년 집권 플랜’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대표는 29일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열기로 확정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첫 민주당 출신 시장을 배출한 구미를 발판 삼아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평화민주당을 통해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였던 이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김 전 대통령의 ‘동진(東進) 정책’과 유사한 카드를 꺼내든 것.

‘TK 교두보 마련’은 이 대표가 당 대표 선거에서 내세운 ‘20년 집권 플랜’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숫자의 TK 의석을 확보해야 민주당이 전국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장기 집권의 길도 열린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조만간 구성할 ‘민주정부 20년 태스크포스(TF)’에 대구 출신 홍의락 의원 등을 전진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구미 최고위 개최는 단순한 통합 행보 이상의 의미가 있다. TK 공략의 서막이 될 것”이라며 “당내 TK 출신 인사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다. 소수 야당이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 등을 도입하면 민주당이 기존처럼 호남 의석을 독식하기 어려운 만큼 TK 등 영남 지역에서 추가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해 열리는 봉하음악회에 참석하는 것도 집권세력의 정치적 뿌리가 부산경남 지역임을 확인하려는 일환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한 뒤 1일 낮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할 예정이다. 그 직후 이 대표는 친노 인사들과 함께 곧장 비행기 편으로 김해로 향할 예정이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에 취임했을 때와 많이 다르다. 이 대표는 6년 전 취임 직후 열린 6월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패악무도한 (이명박) 정권을 끝장내야 한다”며 강성투쟁을 선언해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으로부터 “품위를 지키라”며 반발을 샀다. 하지만 이번엔 첫 공식 일정으로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도 참배했다. 2012년에는 현충탑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찾았었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되니 야당 대표일 때와는 다른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28일 서울 국립4·19민주묘지를 찾았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민주주의는 영원합니다’라고 적은 뒤 서울 용산고 동문인 이한수 열사 등 여러 민주열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오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아가 당선 인사를 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장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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