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남-서초 첫 구청장’ 기대 vs 한국당 ‘인물론’으로 방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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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지방선거 D-4 기초단체장 판세


《6·13지방선거에서는 세종과 제주를 제외한 광역단체 15곳에서 시장과 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226명을 뽑는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230곳 중 3분의 2 정도인 155곳을 석권했던 성적표를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써내려 갈지가 최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 서울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일 먼저 달려간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 후보 출정식. 추 대표는 “중랑구는 국회의원은 민주당 소속인데 유독 구청장만 민주당이 아니다. 이번엔 구의원도 기호 1번(민주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장영철 강남구청장 후보 유세장. 1995년 민선 1기 이후 보수정당이 단 한 번도 구청장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이곳에서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는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지 대통령 선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광역단체장은 황제, 기초단체장은 왕”

서울 25개 기초단체장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초단체장은 광역단체장보다 주목도가 낮은 반면 풀뿌리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더욱 막강하다. 관할 행정구역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 실질적 인허가권, 인사권을 쥐고 있어서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 다선 의원은 “광역단체장이 황제(皇帝)라면, 기초단체장은 왕(王)”이라고 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지역사회 ‘일감 수주 생태계 먹이사슬’도 바꾼다. 기초단체장 경력이 있는 정치권 관계자는 “예산은 국회의원이 따지만 집행은 구청장이 한다. 관내 보도블록 교체 공사도 시기나 구간을 쪼개 공사가액을 낮춰 수의계약을 체결하면 주변에 직간접적 이권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기초선거 캠프 관계자 A 씨는 “기초단체장, 공무원-업체-기초의원 간 축적된 공생관계는 ‘산악회’ 등으로 탈바꿈해 차기 선거에서 ‘든든한 지역 조직’ 역할도 한다”고 했다.

중앙정부 국정운영의 기조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데도 기초단체장의 힘이 절실하다. 지난해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던 점이 대표적이다.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재산세를 납부하는 강남구가 서울시에 대놓고 반기를 드는 점은 박 후보에게도 부담스러운 지점이었다.

○ 민주당 석권 기대… 한국당 방어선 구축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 판세는 촛불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에 유리한 쪽으로 형성됐다는 게 중론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 25곳 중 20곳 구청장을 확보한 민주당의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민주당 이춘석 사무총장은 5일 서울 구청장 석권 가능성에 “그것은 희망”이라면서도 “새누리당이 2006년에 거뒀던 성과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2006년 제4대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5개 서울 구청장을 싹쓸이했다.

한국당은 어느 때보다 긴장한 표정이다. 여론조사 등 각종 지표가 보여주는 징후가 심상치 않기 때문.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이슈가 기초단체장 선거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후보 자체의 역량을 강조하려는 ‘인물론’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국당은 수감 중인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제외한 현역 구청장 4명(서초, 송파, 중랑, 중구)을 모두 공천해 현역 프리미엄으로 방어막을 친 상태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서초, 강남,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다. 민선 1, 2기 송파구를 제외하면 강남 3구는 단 한 번도 민주당 구청장을 배출한 적 없는 보수의 아성이다. 민주당으로선 첫 서초구청장과 강남구청장을 탄생시켜야 2006년 지방선거와는 정반대의 25 대 0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

○ 강남 3구, 민주당 후보도 “재건축 정상화” 공약

강남 3구는 지역 특성상 부동산 공약이 유권자 선택의 주요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를 막론하고 재건축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강남구청장은 정순균 전 국정홍보처장이 민주당 후보로, 장영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한국당 후보로 맞붙었다.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낸 정 후보는 압구정현대, 은마 아파트 재건축사업 지원을 공약하면서 “강남구민이 원하면 청와대까지 찾겠다”고 했다. 한국당 장 후보도 “강남구가 과도한 재건축 부담금으로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노후 아파트 재건축 조속 추진을 공약했다. 그는 △강남 테헤란로와 역삼로 주변을 스타트업 메카로 조성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등을 공약했다.

강남 3구 중 보수색이 가장 옅은 송파구는 한국당 박춘희, 민주당 박성수 후보 등 두 법조인의 인물 대결 양상이다. 3선에 도전하는 한국당 박 후보는 이혼한 뒤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1년간 분식집을 운영하다가 아홉 번 낙방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 그는 △잠실종합운동장 개발 △성동구치소 이전 부지 개발 등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 박 후보는 참여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고, 19대 대선 때 후보 법률지원단 부단장으로 활동했다. 박 후보도 △대기업 본사 유치 △재건축 촉진 및 주거환경 개선을 공약에 포함했다.

서초구는 민주당 이정근 후보와 재선에 도전하는 한국당 조은희 후보가 격돌했다. 여성 언론인 출신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조 후보는 재건축 활성화 및 고품격 주거환경 조성을 공약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주장했다. 민주당 이 후보는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서초 평화의 숲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기초단체 귀속분 30%로 문화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 중랑구… 한국당 수성이냐, 민주당 탈환이냐

지역구 국회의원은 민주당인데, 구청장은 10년 넘게 한국당이 갖고 있는 중랑구는 민주당의 ‘전략적 요충지’다. 민주당은 공천 잡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류경기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류 후보는 “중랑 발전의 새 엔진, 일자리 산업을 대규모로 유치하겠다”고 공약했고, 박원순 후보는 “당선만 된다면 서울시에서 류 후보를 팍팍 밀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한국당 나진구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낸 인물로 △세계 최장 장미터널 조성(5.15km) △면목동 복합행정타운 건립 △면목선 경전철 조기 착공 등을 내걸었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2년 뒤 치러지는 21대 총선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다.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을 꿰차면 지역 속사정을 소상히 파악하고 여론을 조성할 기초 조직이 지역 곳곳에 형성돼 차기 총선에 우호적인 여론을 자연스레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뿌리 지역 생활단위 곳곳에 ‘모세혈관’이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다.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 서울 기초단체장 25곳을 석권했던 한나라당은 2년 뒤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 48석 중 40석을 거머쥐었다. 여야가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 더 공을 들이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6·13 지방선거#기초단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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