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랫소리로 가득…北 관객들 기립박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일 0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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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마지막 장면.울의소원 부르고 있음
2018.4.1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리허설 마지막 장면.울의소원 부르고 있음 2018.4.1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을 이루자.”

1일 오후 북한 동평양대극장은 공연단에 참여한 가수들과 관객석을 가득 채운 1500명의 주민들이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양쪽으로 흔들면서 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13년 만에 북한 평양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이날 공연을 마무리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출연진 중 막내인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슬기는 눈시울을 붉혔다. 관객들은 공연 후에도 한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당초 오후 5시 30분 예정이었던 공연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늦춰 달라”는 북측 요구에 한 차례 7시 30분으로 미뤄졌다가 6시 30분으로 재조정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끝에 이날 6시 20분(평양 시간 기준)에서야 비로소 막이 올랐다. 깜짝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관현악으로 편곡한 아리랑이 흘러나오면서 극장 스크린에 큰 나뭇잎이 휘날리는 홀로그램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번 평양 공연의 부제인 ‘봄이 온다’가 떠올랐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하자 가수 정인이 허밍으로 따라 불렀다. 첫 무대를 장식한 정인에 뒤를 이어 알리가 나왔고 백지영이 북한에서 한국 대중가요 중 최고 인기곡 중 하나로 꼽히는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 뒤 ‘잊지 말아요’를 애절하게 불렀다.

공연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지 몰랐는데 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남북 관계에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서현은 이날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이 노래는 김일성 전 주석의 지시로 만든 노래다.

걸그룹 레드벨벳이 ’빨간맛‘ ’배드 보이‘를 부르자 북한 관객들은 박수치면서 호응했다. 멤버 예리는 공연이 끝나고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크게 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아이린은 “우리가 숨이 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셨다”고 말했다. 2003년 10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식 공연에 베이비복스와 함께 참여했던 댄스그룹 신화 멤버들이 당시 객석이 경직돼있었다고 말했지만, 이날 객석 반응은 훨씬 뜨거웠다. 윤상 음악감독은 “북한 측은 우리의 선곡 리스트에서 가사나 율동 등에 수정 요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 부모를 둔 가수 강산에는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 ’…라구요‘와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불렀다. 강 씨는 “함경도 출신인 아버지를 위해 함경도 특산물 명태로 곡을 지었다. 뒤늦게 예술단에 합류하며 이 곡을 꼭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약 2시간 10분 정도 진행됐다. 참여 가수들이 조용필의 ’친구여‘와 북한노래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면서 막을 내렸다. 마지막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평양 무대를 다시 밟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씨는 “눈이 먹먹해져 악보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는 로이킴의 ’봄봄봄‘ 음원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북측 관계자들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공연을 관람하며 관람 중에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공연 후 출연진을 불러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참석과 맞물려 이번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한 남측 기자단은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했다. 3시간 전 진행된 최종 리허설과 모니터로 공연을 지켜봐야만 했다. 북측 안내성원들은 “안절부절하지 말고 기다리라. 곧 귀가 탁 트이는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기자단을 배제시키고 항의가 이어지자 “어차피 공연 시작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막아서면서 논란을 빚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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