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지가 누군가를 압제하는데 쓰이다니…” 안희정 지지자들, ‘분노+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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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6일 0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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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희정 페이스북
사진=안희정 페이스북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희정 충남도지사(53)가 약 4시간 만에 입장을 내고 도지사직 사퇴와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김지은 정무비서의 주장대로 성폭행을 사실상 시인했다.

안 지사는 6일 새벽 12시49분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했다.

안 지사는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는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며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방송 인터뷰 후 약 4시간 만에 나온 안 지사의 입장 표명 글에는 충격과 분노, 실망과 원망이 뒤섞인 댓글이 수천 건 쏟아졌다.

‘Purum****’는 “새정치라는 세 글자에 당신을 믿었는데, 성폭력이란 세 글자에 당신을 버렸습니다. 저의 지지가 당신의 권력이 되어 누군가를 압제하는데 쓰였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치 못합니다”라고 했으며, ‘김**’는 “네가 한 건 단순한 성폭행이 아냐. 비서의 영혼살해야. 비서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공개로 방송을 했겠냐. 낮에는 미투 운동 밤에는 성폭행. 넌 피해자의 감정을 조금도 진지하게 못 헤아리는 사이코패스”라고 분개했다.

‘박**’도 “법적처벌 받으세요. 더럽고 긴 혓바닥으로 피해자 2차 가해 할 생각 접어두세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사람이 그동안 민주당을, 충청남도를 대표해왔습니까? 그 더러운 입에 두 번 다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담지 마세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해온 민주당 사람들, 선거 때마다 마음으로 피눈물 흘렸던 경상도 민주당 지지자들한테 당신이 해놓은 짓거리가 뭔지 아십니까? 당신이 눈감는 날까지 당신이 여기다 꽂아놓은 칼을 기억할 겁니다. 피해자에게 평생 속죄하고 응분의 처벌을 받은 후 그나마 인간의 자격 하나 갖추고 숨만 쉬고 살아가세요”고 비판했다.


특히 안 지사의 지지자들은 실망감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당신이 말했던 정의가 이런 것이었나요? 민주주의, 사회적 약자. 당신에겐 이 주제들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나요? 전 멍청하게도 당신의 그런 소신을 지지했습니다. 어찌 바로 옆에 있는 한 사람의 인격을 그렇게 극악무도하게 짓밟아놓고 뻔뻔하게 민주주의를 논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얘기 했습니까? 반성은 하되, 용서를 구하지 마십시오. 피해자에게 사과는 하되, 그로 인해 당신의 잘못이 가벼워졌다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공동체가 더 나아지기 위해 당신이 나서야한다는 생각 또한 꿈속에서라도 하지 마십시오”라고 일갈했다.

‘김**’도 “유권자가 되고 처음으로 ‘지지’한 정치인이 지사님 당신이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당신에게 걸었던 믿음과 기대가 남김없이 무너졌습니다. 언제나 가슴 뿌듯해지는 소식을 전해주던 이 담벼락이 이런 부끄러운 사죄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슬프고 화가 나고 허탈합니다. 지사님 당신은 안희정 개인에게 보냈던 신뢰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정치인에 대해 가졌던 믿음을 완전히 져버렸습니다”라고 실망감을 쏟아냈다.

또 “김지은 씨가 안쓰러워 슬프고 당신을 지지했던 내 마음을 배신당해서 슬프고 어째서 사람이 그 지경인지 당신의 그릇됨이 슬프고 앞으로 어떤 사람을 믿고 지지하고 응원할지 앞날이 어두워서 슬픕니다(이**)”, “도덕군자가 아니라 사람이라지만 안희정 님의 그 행동으로 지금까지 당신이 외치고 노력했던 모든 일들이 검은 빛의 화살이 되어 되돌아 올 겁니다. 유권자에게 표를 받았으면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사셨어야죠. 당신에게 건 수많은 희망들이 성욕은 채우지 못 하던가요? 슬픕니다(박**)”, “처음으로 호감을 갖고 지켜본 정치인이었다. 충격적이고 씁쓸했다. 성소수자 인권 발언으로 이름 세 글자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었는데 사실 강간범이라니. 과연 당신이 얘기하던 인권은 무엇이었는지? 나는 무엇에 감동하고 무슨 태도를 동경한 건지?(백**)”라고 허탈해했다.

안 지사의 사과문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는 “어리석은 실수요? 강간은 특히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행은 가해자의 사전 계획으로 일어납니다. 그런데 마치 지나가는 일인 것 마냥 실수라뇨? 이게 제대로 된 사과문인가요? 도덕성은 원래 없는 것 같고 게다가 염치도 없으시네요? 자신의 명예 권력 욕심에 아내까지 이용하고 진짜 추잡스러워요”라며 “진짜 양성평등이니 인권이니 혼자 세상 다 이해한 것처럼 사시더니 무섭네요. 가면 쓴 악마네요”라고 맹비난했다.

‘김**’는 “당신은 어리석은 게 아니라 나쁜 사람인 겁니다. 이 사건은 위계를 이용한 성범죄이고 당신의 행동에 선의는 1도 없잖습니까. 마지막으로 당신의 가장 나쁜 점은 이 상황에서도 정계 은퇴가 아니라 정치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태가 잦아들고 잊혀지면 다시 중단했던 활동을 해보시려는 겁니까?”라고 꼬집었다.

안 지사가 그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를 자임해온 만큼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분노도 폭발했다.

이들은 “당신이 한 짓은 불륜 성폭행뿐만 아니라, 노무대통령을 좋아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는 모든 이에 대한 배신이며, 당신이 속해있던 정당에 대한 배신이고, 또 한번 그분의 이름에 먹칠을 한 거다!(Anna Na****)”, “분해서 잠을 못 이루겠어요. 그대가 지고 있던 짐은 비단 당신만의 짐이 아니었기에. 그대가 아버지처럼 따르던 그분의 가치에 먹칠한 당신을 감히 미워하겠습니다(원**)”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일부는 안 지사를 옹호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윤**’는 “이 게시글에 ‘실수’라며 안타깝다며 감싸는 미친놈들은, 살인자도 괜찮다며 감쌀 건가요? 성폭행은 살인입니다. 육체를 훼손하는 것만이 살인은 아닙니다. 영혼을 갈가리 찢어 평생을 고통 속에 살게 만드는 것도 살인입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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