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6시간 지나 ‘신중한’ 환영 “일단 대화 나누며 진의 파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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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두 얼굴의 신년사’]북핵-남북관계 수싸움 본격화

‘義人’ 6명과 해맞이 산행 문재인 대통령이 1일 ‘2017년을 빛낸 의인’으로 선정된 시민 6명과 
북한산 사모바위를 등반해 해돋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인 6명은 호수에 가라앉는 차에서 사람을 구한 강원체고 수영부
 최태준 군(문 대통령 왼쪽) 등 경찰청과 소방본부가 의인으로 추천한 인물들이다. 청와대 제공
‘義人’ 6명과 해맞이 산행 문재인 대통령이 1일 ‘2017년을 빛낸 의인’으로 선정된 시민 6명과 북한산 사모바위를 등반해 해돋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인 6명은 호수에 가라앉는 차에서 사람을 구한 강원체고 수영부 최태준 군(문 대통령 왼쪽) 등 경찰청과 소방본부가 의인으로 추천한 인물들이다. 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내비친 데 대해 청와대는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년사가 끝나고 6시간 지난 뒤 나온 넉 줄짜리 짧은 논평에서다. 청와대 내에선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평창 올림픽 참여 조건으로 김정은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순환배치 중단을 내건 만큼 남북관계 복원과 북핵 해결을 놓고 한반도 주변국의 수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靑, “조심스럽고 신중한 환영”

청와대는 김정은 신년사 직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현안점검회의를 한 데 이어 통일부와 관계자 회의를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년사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환영 논평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문구”라고 했다.

청와대가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에 공식 논평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앞으로 3개월이 북핵 해결의 ‘데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 북한 참가를 북핵 위기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간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 시그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미 김정은의 신년사가 북핵 위기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었던 상황. 북측이 평창 올림픽 참가 등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일각에선 “예상을 넘는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정은이 직접 올림픽 참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며 전례 없는 유화 메시지를 냈기 때문이다.

동시에 청와대는 김정은이 미국을 위협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제안한 데 주목하고 있다. 숱한 대화 제의에도 남측을 향한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미국에 담판을 요구하던 북측이 남북관계 복원 카드를 들고 나온 만큼 김정은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집무실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과 회의를 갖고 신중한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한반도 운전석론이 효과를 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운전석론이 시작됐다거나 우리의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는 자화자찬식 의미를 부여하긴 아직 이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 연기 검토 등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응답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공조한 결과로 보는 게 맞다”고 했다.

○ 군, “김정은 위장 평화공세 가능성”

청와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대표단을 꾸려 당국자 회담에 나설 계획이다. 또 적십자 채널 등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제안한 남북 교류 복원으로 접촉을 확대할 방침이다.

관건은 북한이 내건 조건이다. 김정은은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하며 미국의 핵 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걷어 치워야 한다”며 사실상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순환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중단은 남북 간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일단 (북한과) 대화를 나누면서 진의를 파악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상 상황에 따라 북한의 제안을 검토할 여지는 열어놓은 셈이다.

군에선 김정은의 태도 변화가 ‘위장 평화공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정은이 ‘핵탄두와 탄도로켓의 대량생산과 실전배치’를 지시한 만큼 한국이 요구를 거부할 경우 ‘도발 모드’로 급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3월 31일(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 결정 5주년)과 4월 15일(인민군 창건기념일) 등에 전략·전술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 7차 핵실험에 이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3형)과 화성 계열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정상 각도로 발사한 뒤 실전배치를 선언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김정은#신년사#남북관계#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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