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재선 화해, 저승에서나…조문도 못할만큼 틀어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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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3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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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친형 이재선 씨(57)와 화해 해 어머님께 우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던 이재명 성남시장(53)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이재명 시장은 2일 오후 12시 40분경 갈등 관계에 있었던 셋째형 이재선 씨가 폐암 투병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지만 형수 등 유족 측의 반대로 조문을 못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재명 시장과 이재선 씨가 처음부터 사이가 안 좋았던 건 아니다. 이 시장의 둘째 형인 이재영 씨(59)는 지난 2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장과 재선 씨는 어릴 적 유독 가까운 사이었다고 설명했다. 재영 씨에 따르면 재선 씨는 이 시장 덕분에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또 두 사람은 참여연대(당시 성남시민모임)에서 함께 활동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이재영 씨에 따르면 이재명 시장과 이재선 씨의 불화는 지난 2005~2006년 경 재선 씨가 어머니에게 돈 5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한 것을 이 시장이 막으면서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이후 재선 씨는 지난 2010년 이 시장이 성남시장 취임 직후 전임 시장이 불려놓은 빚을 못 갚겠다고 했을 때 이 시장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2012년에는 이 시장이 형수에게 욕설하는 내용이 담긴 전화 녹음파일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어머니 폭행 등 이 씨의 ‘패륜’ 때문에 욕설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시장과 이재선 씨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이재선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발적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성남지부장으로 영입되면서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당시 이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베에 이어 박사모까지.. 죄송하다”고 재선 씨를 비판했고, 재선 씨는 “대선에서 이재명이 유리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것이다. 왼쪽엔 욕쟁이, 오른쪽에는 거짓말쟁이라고 쓰고 공중파에 나가서 욕을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재선 씨와 전화 녹음파일을 두고 법적 공방까지 벌인 이재명 시장은 지난달 22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재선 씨와 화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가장 가슴 아픈 건 국정원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형을 동원해 정치적 목적으로 가족을 찢어놓은 것”이라면서 재선 씨와의 갈등에 국가정보원과 정치권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시장은 “형님 부부도, 어머니와 다른 형제도 못 볼꼴을 겪었다. 정말 독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어머님 건강이 좋지 않다. 어머님 돌아가시기 전에 형과 화해해서 형제들이 우애 있게 지내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화해의 뜻을 비췄던 이재명 시장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시장은 이재선 씨가 폐암으로 투병 중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지난달 29일 둘째 형 부부와 함께 병실을 찾았으나 형수가 반대해 만나지 못했다. 또 형수는 2일 조문 온 이 시장에게 “무슨 염치로 조문하러 왔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재명 시장의 형수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시장은 빈소에 올 자격이 없다. 고소를 취하하지도 않은 채 비서를 통해 방문 사실을 알린 것도 진정성이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 시장은 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조문조차 하지 못한 데 대해 대단히 애석해하고 황망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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