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북한산 수산물, 러시아 통해 간접수입… 北근로자는 외주 방식으로 고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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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 수산시장-의류공장 가보니
대북제재 교묘히 피해가는 中기업들

“대부분 북한산(産)이에요.”

5일 북-중 접경지역인 훈춘(琿春) 시내 수산물시장에서 만난 해산물 가게의 중국인 사장은 ‘파는 조개가 어디서 생산됐느냐’고 묻자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답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15일부터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이날부터 지난달 15일 이전에 중국에 도착한 물품의 수입 절차도 중단했지만 여전히 북한산 수산물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장은 “중국산에 비해 북한산 조개가 품질이 좋다”고 권했다.

이날부터 사실상 폐쇄 수순에 들어간 훈춘시의 취안허(圈河) 세관은 오가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아 황량했다. 취안허 너머에 있는 북한 함경북도 원정 세관 역시 건물 앞에 몇 명의 관계자만 보일 뿐이었다. 양쪽 세관을 잇는 다리를 오가는 차량도 없었다. 북한 세관을 볼 수 있는 취안허 세관 뒤쪽 길목에는 중국 군인이 지키면서 촬영을 막아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밀수와 러시아를 통한 간접수입 방식으로 우회해 수산물이 중국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춘 시내에 있는 북-중 경제합작구 내의 한 의류 공장을 찾았다. 공장 관계자는 “북한 여성 직원들의 바느질이 세계 최고라서 북한 근로자들을 많이 채용했었다”면서도 “지금은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근로자를 채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경제합작구 내의 다른 공장들도 직원이 거의 보이지 않아 썰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북한 근로자 고용을 중단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한 의류 공장은 최근 북한 근로자 300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경제합작구 내 기업들은 북한 근로자들을 돌려보낸 뒤 훈춘에서 가까운 북한 나선지대의 북한 기업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제재 분위기를 교묘하게 피해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지난해 11월 제재 결의 이후 작성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제재를 피해 여전히 다량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2월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뒤 석탄을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으로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석탄과 철광석 등의 자원을 해외에 판매해 최소한 2억7157만 달러(약 3073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유엔 가맹국 193개국은 모두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지만 실제로 보고를 한 나라는 78개국에 그쳤다. 이들 유엔 제재 활동에 협조하지 않는 나라들이 북한 제재의 ‘구멍’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산임을 감추기 위해 제3국을 경유해 석탄 등을 수출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지난달 말∼이달 초 미얀마를 경유해 중국에 석탄을 수출하려 했지만 미얀마 정부의 협조를 얻지 못해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훈춘=정동연 채널A 특파원 call@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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