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덴마크 집주인 “정유라 그 집 사는 건 알고 있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0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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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가 그 집에 사는 건 알고 있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정유라 씨의 덴마크 집 주인 수잔 슈미트 부부는 9일 올보르 외곽 농촌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들 부부가 소유한 올보르 주택은 정 씨가 19개월 된 아기, 보모와 조력 남성 2명과 함께 3개월여 동안 은신처로 삼은 곳이다. 하지만 집주인이 세입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건 임대차 계약을 정 씨 대신 다른 사람이 해 걸 의미한다. 이는 정 씨 소유 독일 회사 비덱스포츠 대표이자 승마코치인 크리스티앙 캄플라데 씨가 정 씨의 덴마크 도피를 도왔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이들 부부는 정 씨가 살던 올보르 시내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농촌 외곽마을에 살고 있었다. 주변엔 다른 주택 없이 광활한 농장만 있는 한적한 동네였다. 집 주인을 만나기 위해 집 문을 두드리자 잠시간의 정적 끝에 늑대만한 시커먼 개와 함께 집주인 남성이 나왔다. 동양인인 기자가 자신의 집을 찾아오자 정 씨 관련 일 때문이라는 걸 알아챈 듯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집 주인 부부는 정 씨가 지난달 월세까지는 모두 냈지만 정 씨가 체포된 이번 달치 월세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덴마크에선 집을 빌릴 때 3개월치 월세를 미리 내는데, 정 씨가 9월 27일에 올보르에 온 만큼 10~12월분까지는 선납된 것으로 보인다. 집 계약은 8~9월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 씨가 살던 집은 지난해 7월 말까지만 해도 다른 세입자가 쓰고 있었다. 부부는 정 씨가 애완동물을 많이 키운다고 해서 계약서에 동물 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고도 덧붙였다.

현지 시간으로 새해 첫날 정 씨가 체포되면서 200만 원이 훌쩍 넘는 월세를 누가 낼지도 관심사다. 정 씨는 체포 다음날인 2일 올보르 법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땡전 한 푼 없다"고 말했다. 정 씨가 체포된 후에도 집에는 19개월 된 아기와 보모가 개,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집주인 부부는 "만약 (정 씨가) 우리 뒤통수를 치면 바로 쫓아내버리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정 씨가 월세를 내지 않으면 즉각 집에서 나가라고 할 거란 것이다. 정 씨가 구치소에 있어 직접 월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다른 조력자가 없다면 아기와 보모는 거리에 나앉게 될 수도 있다.

집 주인 부부는 '집을 계약한 당사자가 캄플라데 씨나 비덱스포츠가 맞느냐'고 재차 확인하는 질문에 사적 계약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캄플라데 씨나 비덱이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순순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 점으로 보아 그들에게 익숙한 이름처럼 보였다. 더욱이 집주인이 세입자인 정 씨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정 씨의 말 거래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헬스트란 승마장 측은 동양인 기자를 보자마자 "2분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고함칠 만큼 예민한 상태다. 승마장 대표인 안드레아스 헬스트란 씨는 삼성이 정 씨를 위해 마련해준 명마 비타나V와 살바토르31 등을 중개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로, 정 씨의 덴마크 생활을 밝힐 핵심 열쇠다.

승마장 측은 그동안 "헬스트란 대표가 9일부터 휴가에서 복귀하니 그 때 찾아와 이야기를 들으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9일에 찾아가니 일체 만남을 거부했고, 취재진이 정문 앞에 서있자 직원을 동원해 경찰에 신고했다.

올보르=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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