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순실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정호성 녹취록

동아일보 입력 2017-01-07 00:00수정 2017-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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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가 어제 보도한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 파일 내용을 보면 비선 실세 최순실이 얼마나 국정을 쥐락펴락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최 씨는 정 전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자꾸 공격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에둘러서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될 것 같아. 그런 문구를 하나 넣으세요”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국회에 대한 대응 방안이었다.

 최 씨는 2013년 11월 박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 전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외국만 돌아다니시는 것같이…”라며 해외에 놀러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열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최 씨에게 얼마나 의존했으면 정 전 비서관이 최 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말끝마다 ‘예, 예’라며 꼼짝을 못했을까. 이 녹취 파일은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의 자택에서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나왔다.

 어떤 공직도 맡지 않은 최 씨가 입맛대로 국정 운영을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국회가 탄핵 요건으로 적시한 헌법 1조 국민주권주의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씨가 대한민국의 숨은 대통령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외유성 출장 논란을 의식해 출국 전 수석비서관회의 일정을 잡도록 한 것이나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시간까지 결정한 것을 보면 최 씨의 정무 감각이 보통은 넘는다. 이러니 박 대통령이 휘둘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만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그제 헌법재판소 탄핵 2차 변론에서 “40년 지인인 최 씨의 지극히 일부 의견을 청취해 국정 운영에 아주 조금 참고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이제 누가 이 말을 믿겠는가. 검찰 수사 때 나온 “녹취 파일이 10초만 공개돼도 촛불이 횃불 될 것”이라는 얘기가 뜬소문이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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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전화 통화라지만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과 나눈 대화도 실망스럽다. 대통령이 구사하는 용어와 문장의 완결 정도를 보면 지도자로서 품격을 갖추지 못했다. 이러니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기자회견을 꺼리고 질문도 받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정호성#최순실#대통령#녹취록#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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