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 “무지도 탄핵사유” vs “헌재 압박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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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절차는 정치재판이나 여론재판이 아니다.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몰이로 헌법재판소의 심판기능을 훼손하려 해서는 안된다."(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탄핵심판은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 아니므로 공직을 계속 맡기는 것에 관한 판단이 본질이다."(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닻을 올린 가운데 헌법학자들이 탄핵심판을 둘러싼 쟁점을 두고 다양한 시각을 내놓았다. 한국헌법학회와 서울대 법학연구소는 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탄핵심판의 헌법적 쟁점'에 관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송석윤 한국헌법학회장은 대회에 앞서 "헌법학자들이 국가적 중대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할 자리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탄핵 사유, 무지(無知)는 되지만 무능(無能)은 안돼"

주제발표에 나선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소추 요건에 대해 고의성이 없더라도 헌법이나 법률 위배 행위라면 면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핵제도는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므로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 법률의 무지로 인한 경우도 면책을 위한 항변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실패, 정치적 무능은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아니므로 요건이 되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는 이어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비리가 연좌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송 교수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대통령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라 헌법상 연좌제 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번 탄핵심판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권을 가진 국민이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원리를 체화하는 명예혁명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론에서 "앞으로 헌법 위반 등 사실관계를 따져 탄핵소추를 할 만큼 (중대한 사유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지한 토론이나 사실 조사 없이 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의결된 것은 헌법상 탄핵소추의 정당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에 정치적 압박은 파국"

헌법학자들은 탄핵심판 전망과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대해 엇갈리는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이 교수는 "헌재에 압박을 가해 입헌주의를 위기에 빠트리는 정치 관행을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헌재는 상황에 따라 원칙을 임의 해석해서는 안 되고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 교수는 "헌재가 지금 같은 (여론) 분위기에서 기각 결정은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얼마나 합리적 논리로 (인용) 결정을 내릴 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는 일반적 조사권만 갖는 반면 피소추인은 각종 방어권이 보장 된다"면서 "헌재가 능동적인 기능을 하지 않으면 (이들 간에)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상당히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김하열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개별 탄핵소추 사유를 종합해야 하므로 함부로 개별 사유에 대한 심리를 생략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선적으로 확인되는 중대한 헌법 위반만으로 탄핵 인용이 정당화되는 경우 다른 사유를 모두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차길호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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