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취한 채 軍 원로 소집…다음 날엔 ‘왜 모여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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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노동신문
사진 출처 노동신문
"너희가 군사위성 하나 못 만든 것은 반역죄와 같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만취한 상태로 군 원로들을 모아 밤새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도쿄신문이 13일 익명의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올 9월 말 밤 한 별장에 급하게 군 원로들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만취한 상태로 고함을 치면서 "밤새 반성문을 쓰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군 원로들은 숙청의 공포에 시달리며 반성문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난 김정은은 반성문을 들고 서 있는 군 원로들을 보고 사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왜 모여 있는가. 다들 나이도 많고 하니 더 건강에 신경을 쓰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원로들이 그 자리에서 소리 내 울자 김정은은 자신의 온정에 감동했다고 생각했는지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전한 소식통은 도쿄신문에 "숙청이 뇌리를 스쳐간 원로들이 한 순간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이 에피소드를 보도하며 "올 1월 만 32세가 된 김정은이 아버지 옆에 있던 충신과 원로 간부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2011년 김정일 장례식 때 운구차를 호위했던 이영호 총참모장 등 '군부 4인방'이 모두 숙청되거나 경질된 것, 김용진 북한 교육부총리가 6월 김정은의 연설 중 안경을 닦았다는 이유로 처형된 것 등을 거론하며 "공포통치의 영향으로 간부들 사이에서 면종복배(面從腹背·앞에서는 순종하는 척하지만 뒤에선 인정하지 않음)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썼다.

신문은 또 소식통의 발언이라며 "숙청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충성을 보이고 있을 뿐 누구도 나가서 조언이나 제언을 하지 못한다. 그(김정은)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다"는 말을 전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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